
전문성을 무시한 낙하산 인사로 공공기관장이 돼 경력을 쌓고 지명도를 높인 뒤 임기 도중 총선에 나서는 잘못된 관행이 도를 넘어섰다.
최근 이상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김성주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이 4ㆍ15 총선 출마를 위해 사표를 던졌다. 또 이강래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 오영식 전 한국철도공사 사장, 김형근 전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등도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했는데, 현 정부 공공기관장 출신 예비후보 등록자만 10여 명에 달한다. 여기에 이정환 주택금융공사 사장 등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인사도 여럿이다. 2016년 4ㆍ13 총선 당시에도 공공기관장 출신 15명이 출마해 6명이 당선됐다.
이들 공공기관장 인사 중 다수가 재직 시절부터 지역구 행사에 참여하고, 당내 경선에 대비해 권리당원을 모집하는 등 사전 선거운동을 해왔다. 차성수 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의 경우 현직 신분으로 출마 기자회견까지 해 논란이 됐다. 차 이사장은 10일 사의를 밝혔지만, 직함 유지 상태에서 선거운동이 가능했던 것은 공직선거법상 허점 때문이다. 정부 지분이 50% 미만인 공공기관의 임원들은 ‘선거일 90일 전’이라는 공직자 출마 사퇴시한 적용을 받지 않는다. 여기에 정부 여당이 총선 승리에만 매달려 공공기관장의 정치 외도를 문제 삼지 않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바른미래당 정책위원회가 지난해 말 공개한 ‘문재인 정부 낙하산 인사 현황’에 따르면 전체 공공기관 347곳에 515명이 ‘정치적 이유’로 고위직에 취업했다. 현 정부가 임명한 2,799명의 임원 중 18.4%에 달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온통 총선에 관심이 쏠려 업무를 등한시할거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김성주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경우 임기 중 출마 예정지 노인정에 온누리상품권을 기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 사이 4년간 줄어들던 공기업 부채는 지난 1년새 무려 9조원이 늘어나는 등 부실이 커지고 있다.
선거 공로자에 대한 논공행상식 보은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피할 수 없는 비용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로 인해 국가 재정 건전성이나 경쟁력이 약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낙하산 공공기관장의 외도를 막을 선거법 개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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