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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윤석열의 ‘자충수’

입력
2020.01.10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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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대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질문자료를 쳐다보고 있다. 오른쪽은 이번 인사에서 좌천성 인사를 당한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지난해 10월 대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질문자료를 쳐다보고 있다. 오른쪽은 이번 인사에서 좌천성 인사를 당한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2010년 ‘스폰서 검사’를 폭로한 MBC ‘PD수첩’이 공개한 녹음테이프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천성관 검찰총장이 발령났다고? 그러면 나는 무조건 발령난다. 천성관 아주 친하거든. 부산(지검장)이나 검찰국장 두 자리 중 (한 곳에) 간다. 지금 통화 좀 해야 되겠다.” ‘스폰서 검사’로 통화 당사자인 박모 전 검사장은 실제 다음 인사 때 부산지검장으로 발령났다. 당시 “승진돼선 안 될 사람을 승진시킨 게 잘못이었다”는 평이 많았다.

▦ 검찰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능력 외에 지연과 학연을 꼽지만 근무연은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학연과 지연은 집단적 관계지만 근무연은 개별적으로 맺어진 관계여서 더욱 각별하기 때문이다. 검찰 간부 인사 때마다 꼬리표처럼 누구 ‘라인’이니 ‘사단’ 이니 하는 말이 따라다니는 것도 그런 연유다. 법무부가 8일 단행한 검사장급 인사에서 한직으로 밀려난 ‘윤석열 라인’도 비슷한 경우다. 윤 총장은 지난해 7월 취임 직후 검찰 간부 39명을 움직이는 대규모 인사를 했는데, 자신과 근무 인연이 있는 검사들로 주요 보직을 채웠다.

▦ 윤 총장이 자기 사람을 대거 심을 수 있던 데는 묘한 역학 구도가 작용했다. 당시 사퇴가 기정 사실화된 박상기 법무장관은 검찰 인사에서 손을 놓았다. 박 전 장관은 지난해 말 본지와 인터뷰에서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법무장관으로 내정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무엇보다 윤 총장을 파격적으로 발탁한 청와대가 그를 ‘우군’으로 보고 책임을 방기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윤 총장이 만들어 온 초안은 청와대, 법무부와 협의에서 거의 그대로 수용됐다고 한다.

▦ 당시 윤 총장 측 인사들로만 대검 지휘부를 채워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묵살됐다. 검찰 일각에서는 “함께 일한 인연을 유독 중시하는 윤 총장의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된 인사”라는 볼멘 목소리가 무성했다. 그 즈음 윤 총장이 조 전 장관 수사에 전격 착수한 것이 ‘측근 챙기기’에 대한 내부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었다. ‘윤석열 사단’이 대거 좌천된 이번 인사에 대한 검찰 내 반발이 예상 외로 없는 것은 윤 총장이 조직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윤 총장이 무리하게 자기 편을 챙긴 데 대한 자업자득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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