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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스포츠 드라마의 부활?’… ‘야알못’도 홀린 마성의 ‘스토브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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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스포츠 드라마의 부활?’… ‘야알못’도 홀린 마성의 ‘스토브리그’

입력
2020.01.1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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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가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SBS 제공
'스토브리그'가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SBS 제공

“‘스토브리그’는 드라마가 아니다. 현실이다.”

SBS ‘스토브리그’가 뜨거운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스포츠 드라마 불모지로 여겨져 왔던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방송 6회 만에 자체 최고 시청률 14%를 돌파했으며, 방송 당일인 금, 토요일 오후면 각종 야구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 SNS가 ‘스토브리그’ 이야기로 달궈진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도 방송에서 언급된 대사들이 심심치 않게 등극하곤 한다.

그야말로 ‘스토브리그’ 신드롬이 시작되고 있는 모양새다. 첫 방송 시청률 5.5%로 지상파 주말 드라마로서는 그리 높지 않은 성적표를 쥐고 출발했던 이들이, 단 7회 만에 이토록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저격’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스토브리그’의 가장 큰 특별함은 드라마와 현실의 경계를 무너트리는 스토리가 가진 ‘리얼리티’에 있다. 팬들의 눈물마저 마른 꼴찌팀에 새로 부임한 단장이 남다른 시즌을 준비하는 뜨거운 겨울 이야기를 그리는 해당 작품은 매 회 실제 야구판에서 일어났었던 사건사고들을 떠올리게 하는 에피소드들을 그리며 야구팬들을 안방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첫 방송에서 그려졌던 드림즈의 수비 실책 에피소드는 실제 이 같은 사건을 겪었던 야구팬들의 심금(?)을 울리며 몰입감을 수직상승시켰고, 이는 곧 드라마를 향한 야구팬들의 호감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과거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거로 활동한 전 야구선수 백차승을 연상케하는 에피소드로 화제를 모았던 '로버트길' 관련 방송 장면. SBS 캡처
과거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거로 활동한 전 야구선수 백차승을 연상케하는 에피소드로 화제를 모았던 '로버트길' 관련 방송 장면. SBS 캡처

드라마는 이 외에도 병역 논란, 스카우트 비리 등 실제 야구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현실감 넘치게 풀어내며 비시즌, 야구팬들을 충성도 높은 고정 시청층으로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매 방송이 시작됨과 동시에 시청자들은 ‘스토브리그’를 시청하며 과거 실제 야구계에서 일어났던 사건사고들과 극 중 에피소드를 비교하며 그들만의 ‘또 다른 유흥’을 즐기고 있다. 이는 높은 전문성이 수반된 ‘잘 만든 스포츠 드라마’만이 전달할 수 있는 재미 포인트다.

야구를 잘 알지 못하는 시청자들의 경우, ‘스토브리그’가 그리고 있는 야구판에서의 성장 스토리에 열광하는 모습이다. 야구 용어나, 과거 야구사는 잘 모르지만 이들이 그려내는 ‘속 시원한’ 꼴찌 팀의 성장기가 카타르시스를 전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 동안 드라마들이 시청률을 위해 무리하게 삽입했던 러브라인이나 막장 스토리를 과감하게 뺀 ‘스토브리그’만의 담백한 매력이 오히려 시청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포인트였다. 스포츠 드라마의 본질에 집중한 작품의 ‘정공법’이 야구팬들도, 야구팬이 아닌 일명 ‘야알못(야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들도 모두 사로잡은 ‘마성의 드라마’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드라마계에 데뷔한 이신화 작가는 대본 집필을 위해 국내 다양한 구단들의 자문은 물론 한국야구학회에도 참석하는 등 다방면의 취재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방송 이후 공개된 대본 자본 위원의 수는 총 18명에 달했다. 수준 높은 ‘스포츠 드라마’의 탄생을 위한 노력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폭 넓은 취재를 베이스로 한 현실감 넘치는 소재들을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 ‘스토브리그’의 가장 중요한 흥행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일반 시청자들에게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사실 이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며 “단적으로 현재 방송 중인 ‘블랙독’과 비교해 본다면, ‘블랙독’ 역시 현실성이 강하지만 스토리텔링이 상대적으로 약한 탓에 답답한 면이 있다. 그런데 ‘스토브리그’는 주인공인 백승수(남궁민)를 통해 시원한 지점을 만든다. 계속 침묵하고 있던 인물이 어느 순간 확 뒤집음을 통해서 재미있는 스토리를 만들고, 궁금증과 카타르시스를 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주인공의 리더십이 돋보이는 지점들이 있는데, 작가가 이를 통해 지금 사회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갈증을 투영해 넣은 것으로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개인적 감정이 배제된 주인공을 통해 사회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시스템 개혁을 통해 바꿀 수 있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시청자들의 보편적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사실 그 동안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스포츠 드라마 장르는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지난 1994년 방송되며 40%대 시청률을 기록, 범국민적인 인기를 구가했던 농구 소재 스포츠 드라마 ‘마지막 승부’ 이후 만족스러운 성적을 기록한 작품은 거의 전무했을 정도다. 그 사이 제 2의 ‘마지막 승부’를 꿈꾸며 도전장을 내밀었던 작품들이 번번이 흥행 참패를 면치 못했던 이유는 스포츠 드라마 장르를 내세웠지만 결국엔 러브라인으로 귀결됐던 스토리의 한계, 스포츠 장르물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불호 등이었다.

하지만 ‘스토브리그’는 이 같은 한계점을 스포츠 드라마의 전문성은 100% 살려내면서도, 스포츠 마니아가 아닌 시청층에게는 조직의 성장 스토리를 담은 ‘오피스물’의 재미로 어필하는 방식으로 타파했다. 이들의 흥행이 단순한 ‘작품의 성공’을 넘어 향후 국내 스포츠 드라마 시장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스토브리그’의 흥행 이후 스포츠 드라마 장르에 도전한다면, 접근방법을 잘 선택할 필요가 있다”며 “그 동안 드라마 시장에 ‘스포츠 드라마는 망한다’는 공식이 있었던 이유는 스포츠가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스포츠 자체를 다루기보다는 그 주변의 이야기를 다루는 식의 접근 방법을 모색한다면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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