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금요일 밤에’ 나영석 PD가 유튜브 플랫폼을 활용한 ‘편성 비틀기’ 도전에 이어 ‘옴니버스 식 예능’으로 또 한 번의 예능 신대륙 개척에 나선다.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는 tvN 새 예능 ‘금요일 금요일 밤에’(이하 ‘금금밤’)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금금밤’의 연출을 맡은 나영석, 장은정 PD와 김대주 작가가 참석했다.
나영석 사단이 새롭게 선보이는 예능 ‘금금밤’은 노동, 요리 과학, 미술, 여행, 스포츠 등 각기 다른 소재의 6개의 숏폼 코너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이다.
이날 나영석 PD는 ‘금금밤’을 기획하게 된 계기에 대해 “저희도 하다 보니 왜 했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 같은 발언의 이유에 대해서는 “최대한 경량화 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 막상 촬영을 하다보니까 제작비도 너무 많이 나오고 경량화 한다고 했는데 시간도 많이 들더라”며 “‘이럴 거였으면 한 코너 만 했으면 더 낫지 않았나’ 싶더라. 다른 PD로부터 총 49회 차 촬영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정도면 영화를 찍는 게 아닌가’ 싶더라. 후회를 했지만 한편으로는 기대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요즘 프로그램들이 너무 길다는 생각들을 많이 했다. 예능 프로그램들을 만들고 있지만 한 시간짜리가 70~90분이 되곤 하는데, 이게 너무 대하드라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숏폼’ 같은 느낌으로 가벼운 프로그램을 하고 싶은데, 방송사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60분을 해야 하니 그런 방법을 찾다가 한 프로그램 안에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둥지를 트는 형태는 어떨까 생각했다”며 “한 시간짜리로 만들라고 하면 조금 부담스러운 소재들인데, 그렇다고 해서 이 하나하나가 의미 없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래서 생각 끝에 만든 것이 이러한 형태였다. 그래서 이런 실험을 하게 됐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금금밤’은 과거 국내 예능계의 한 획을 그으며 시대를 풍미했던 MBC의 대표 예능 브랜드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떠오르게 하는 네이밍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이 같은 타이틀 선정 이유에 대해 나 PD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도 그렇고 과거 예능들은 그 안에 짧은 코너들이 있는 형태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한 코너가 한 프로그램이 되는 형태가 된 것이다. 그런데 저희는 어떻게 하다 보니 과거 예능 같은 느낌이 됐더라”며 “그래서 저희는 예능 레전드인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오마주 하는 느낌으로 과거 ‘일밤’의 느낌을 살리고자 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금금밤’은 10분 내외로 짧은, 서로 다른 주제의 코너인 이승기의 ‘체험 삶의 공장’, 홍진경의 ‘아주 특별하고 비밀스런 내 친구네 레시피’, 김상욱-양정묵 교수를 필두로 은지원, 송민호, 장도연이 출연하는 ‘신기한 과학나라’와 ‘신기한 미술나라’, 이서진의 ‘이서진의 뉴욕뉴욕’, 박지윤 아나운서와 한준희 축구해설가의 ‘당신을 응원합니당’이 각 10분 내외로 방송되며 서로 다른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6개의 개별 프로그램을 이끄는 출연진들의 구성에 대해 나 PD는 “이승기 씨도 그렇고, 기존에 저희랑 작업하셨던 분들이 절반 이상이시다. MC라는 위치가 딜리버리 해주는 위치인데, 대중들에게 조금 더 친숙하게 이야기를 전달해 줄 수 있는 분들이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런 구성을 더했다. 또 새로운 시도다보니 리스크가 컸다. 그래서 가능한 한 덜 미안하게 친한 사람들 위주로 연락을 드린 면도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서유기’ 출연 중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던 이승기와 ‘체험 삶의 공장’을 통해 재회했다. 다시 한 번 러브콜을 보내게 된 이유에 대해 그는 “(이)승기 씨의 경우에는 공장을 찾아가는 행위가, 공장이 큰 공장도 있지만 시골의 작은 공장을 찾아가는 경우도 있는데 그 곳에 적합한 MC가 누가 있을까를 고민했다. 전 국민이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하고, 성실하게 다가가는 사람이어야 했는데 제 머릿속에는 승기 씨가 떠올랐다. 그래서 부탁을 드렸다. 이승기 씨는 전 국민이 다 아는 사람이기도 하고, 승기 씨가 기본적으로 굉장히 성실한 면이 있기 때문에 열심히 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 “이런 말씀 드리면 혼날 것 같은데, 잘 안 돼도 조금 덜 미안한 사람일 것 같은 이유도 있었다”며 “처음 보는 사람과 했다가 망하면 너무 미안한데, 승기 씨나 서진 씨는 ‘미안하다. 다음에 또 한 번 잘 하면 되지’하면 된다는 마음이 있었다. 일단 사과를 하고 제안을 했는데, 너무 쿨 하게 기꺼이 같이 하자고 해주셔서 호흡을 맞추게 됐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나영석 PD는 옴니버스 형식을 도입한 ‘금금밤’의 시청률에 대한 우려에 대해 “이 프로그램은 굉장히 파편화 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폭발력을 키어나가는 기존 문법은 전혀 없다고 보시면 된다”며 “그래서 ‘시청률이 낮겠다’라는 것은 각오를 하고 만들었다”고 솔직한 답을 전했다.
이어 “서로 시청자가 스토리가 빨리 진행되는 것이 예능에서 가장 보편적인 문법인데, 이 프로그램은 그것을 다 소거한 프로그램이다”라며 “기본적으로 이 프로그램은 사람보다는 소재, 보여주고 싶은 정서들을 우선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기존 프로그램보다는 폭발력은 낮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예능이라는 것의 의미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의미에 대한 고민에서 만든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그것이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다줬으면 하고 있다”는 소신을 전했다.
또 첫 방송 예상 시청률에 대해서는 “앞서 김대주 작가가 ‘7.8%의 시청률이 나오는 꿈을 꿨다’고 말하길래 제가 오늘 아침에 김대주 작가에게 ‘꿈도 야무지다는 말이 여기서 나오는구나’ 라고 말했다”며 “7.8%는 너무 힘들 것 같다. 4%, 5% 정도만 나오면 회식 할 예정이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재미있는 것도, 재미없는 것도 있으실 거다. 첫 방송이 내 취향이 아니더라도 넓은 마음으로 봐 주시면 이해가 되실 거다. 억지로라도 첫 방송은 봐 주시는 게 더 현명한 시청패턴을 위해 낫지 않으실까 싶다”고 당부했다.
아직까지 나영석 사단은 ‘금금밤’ 속 프로그램들의 독립 편성을 염두에 두고 있진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추후 시청자들의 반응에 따라 독립 편성 가능성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나 PD는 “이 프로그램들이 커진다고 더 의미가 커지거나 재미가 있어진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10분 내외였을 때 충분히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독립 편성에 대한 생각을 하지는 않고 있다. 그렇지만 혹시 추후에 시청자 분들의 요청이 있다면 회사와 상의 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 말미 나 PD는 “오늘 시청률에 대한 걱정을 많이 말했는데 이렇게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떳떳했던 프로그램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며 “이 프로그램이 전하는 정서와 의미는 하나하나 다 따뜻하고 선한 프로그램들이다. 재미있게 봐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떳떳하고 선한’ 프로그램에 대한 그의 도전의식이 또 한 번의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첫 방송에 이목이 집중된다.
한편, ‘금요일 금요일 밤에’는 이날 오후 9시 10분 첫 방송된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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