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론 속에서도 우회 파병 방안 준비된 듯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9일 호르무즈해협 파병 문제와 관련 “청해부대를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호르무즈 파병 이슈를 두고 청해부대 활용 여지를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파병 결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판단 속에서도 청해부대의 작전 반경을 호르무즈해협으로 확장하는 ‘우회 파병’ 방안 역시 고려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호르무즈 파병이 미국 이란 충돌 후 신중론으로 다소 기울어졌나’라는 질문에 “맞는 얘기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이라크 내 우리 국민이 1,600여명이 있고, 이란 내 한국인 290명 가운데 테헤란에만 240명이 있다”며 “정부의 (파병) 결정은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당국자는 소말리아에서 상선 보호 작전 중인 해군 청해부대 작전 반경을 넓히는 식의 우회 파병 방식을 유력한 방안으로 꼽았다. 그는 “청해부대의 활동 안에 ‘우리 국민 안전 보호’도 들어 있다”며 “(청해부대를)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파병 자체는 신중하게 판단할 예정이지만, ‘우리 국민 보호’라는 명분에 맞춰 청해부대의 작전 반경을 확대하는 식으로 미국의 파병 요구에 호응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파병 요구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하는 다음주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오는 14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도 이 시기 샌프란시스코를 찾을 것으로 알려져 한ㆍ미ㆍ일 외교장관회담과 한일 외교장관회담도 열릴 가능성이 있다. 이란과 대치 중인 상황에서 아시아의 대표적 두 동맹국을 맞은 폼페이오 장관으로선 최근 이란사태를 언급하며 두 동맹국의 ‘역할’을 요청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이와 관련, 일본은 호위함 1척을 앞세운 해상자위대 병력 파견 명령을 내렸다. 독자적인 작전이라는 게 표면적 입장이나 사실상 미국의 요구에 호응한 것이다. 이에 따라 샌프란시스코에서 구체화될 미국 측의 동맹 기여 요구는 자연스럽게 한국을 향할 여지가 크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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