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대책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3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의 주택 가격 상승과 매매량 증가의 영향으로 대출 수요가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19년 12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53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5조6,000억원 증가했다. 연간 증가폭은 2016년(55조8,000억원) 이후 최대다. 현 정부 출범 후 지난해 12ㆍ16 대책 등 강도 높은 규제가 쏟아졌지만 주택담보대출 수요는 꾸준한 증가세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12월만 보면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을 포함한 은행권 가계대출은 한달 간 총 7조2,000억원이 늘었다. 12월 기준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4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전월보다 5조6,000억원(7.5%)이 증가했다. 이 역시 2016년 11월(6조1,000억원)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12월끼리만 놓고 봐도 2015년 12월(6조2,000억원) 이후 증가폭이 가장 컸다.
서울 아파트 매매량 증가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달 연속 1만 호를 넘어섰다. 다만 지난해 9월 안심전환대출(연 1%대 장기∙고정금리)이 시행됨에 따라 제2금융권 등 비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일부(약 9,000억원)가 은행으로 옮겨온 영향도 이달 증가폭에 반영됐다는 게 한은 측 설명이다.
일반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대출(신용한도대출) 등이 포함된 은행권 기타대출도 지난달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달 기타대출은 1조6,000억원 늘어 2006년(12월 기준∙1조7,000억원) 이후 최대였다. 한은은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에 따라 주택 구매자들이 신용대출 등을 받아 구매자금을 마련한 결과로 보고 있다. 다만 “대출 규제를 확대한 12∙16 부동산 대책은 올해 초 가계대출 규모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은 869조원으로 전달보다 6조2,000억원 줄었다. 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해 기업들이 통상 연말에 부채를 일시 상환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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