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을 초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95% 이상일 정도로 암 가운데 ‘순한’ 암이다. 하지만 수술을 받으면 ‘여성의 상징’인 유방을 잘라내야 한다는 사실에 환자는 큰 상실감을 느낀다.
다행히 유방암의 3분의 2 정도는 종양과 종양 주위 일부만 잘라내는 ‘유방 부분절제술’은 시행한다. 2000년도 27.9%에서 2016년 61.6%로 크게 높아졌다. 유방암 환자의 3분의 2 정도가 유방을 살린다는 얘기다.
유방을 살리는 유방 부분절제술이 불가능하면 유방을 모두 잘라내는 ‘유방 전(全)절제술’을 시행한다. 최근 이 같은 유방 전전제술을 시행할 때도 유두(젖꼭지)·유륜·피부를 모두 그대로 둔 채 유방의 실질 조직만을 제거하는 ‘유두 보존 유방전절제술’이 크게 늘고 있다.
김은규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유두 보존 유방전절제술은 유두를 포함한 유방의 전체 피부를 그대로 보존하면서 동시 복원술을 시행하므로 외형적으로 수술 전후 차이가 거의 없어 기존 유방 전절제술 후 동시복원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환자가 만족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분당서울대병원이 지난해 수술한 유방암 환자 1,200명 가운데 200여명의 환자가 유두 보존 유방전절제술을 시행했으며, 유방 부분절제술까지 포함하면 전체 유방암 환자 가운데 75%의 환자가 유두·유륜·피부 등을 보존하면서 유방암을 치료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유두 보존 유방전절제술을 시행해도 기존의 유방전절제술과 비교했을 때 유방암 치료 성적에는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유두 보존 유방전절제술이 확산되면서 제거된 유방의 실질 조직 자리에 자가 조직이나 인공 보형물을 즉시 넣는 동시 복원 수술도 활발해지고 있다. 허찬영 분당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대한미용성형학회 홍보이사)는 “유방을 모두 잘라내는 유방전절제술을 시행할 때에는 잘라낸 유방암 병소(病巢) 자리에 조직확장기를 넣어 6개월 후 영구 보형물로 대체하는 지연유방재건술을 해야 했다”며 “하지만 유두를 살리는 유방암 수술이 늘면서 영구 보형물을 곧바로 집어넣는 ‘직삽입재건(Direct-to-implant)’이 점점 자리를 잡고 있다”고 했다.
유방 암세포가 유두 가까이에 있더라도 유두를 제거하지 않고 살리는 게 낫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그동안 유방 암세포와 유두와의 거리에 따른 유두 보존에 대한 명확한 수술 가이드라인은 없어 유두를 대부분 제거했다. 유두를 제거한 뒤 복원할 수도 있지만 원래 형태와 다를 수밖에 없어 환자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
고범석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팀은 미국의사협회가 발행하는 학술지인 ‘자마 서저리(JAMA surgery)’에 “유방암 수술 시 암 위치가 유두와 가깝더라도 환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유두를 살리는 것이 낫다”는 내용의 논문을 실었다.
고 교수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유두 보존 유방전절제술을 받은 962명을 85개월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암과 유두 사이 거리가 1㎝ 이하인 그룹과 1㎝가 넘는 그룹에서 유두 주변 암 재발률에 차이가 없었다”고 했다.
고 교수는 “처음 암이 발생한 위치와 유두 사이 거리가 1㎝가 넘었던 584건 중에서 유두에 암이 재발한 경우는 18건(3.1%), 1㎝ 이하였던 364건 중에서는 21건(5.8%)에서 암이 재발한 것으로 나타나 두 그룹 간 암 재발률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암 위치와 상관없이 유방암 수술 후 유두에 암이 재발한 환자 중에서 10년 동안 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되지 않은 경우가 전체의 89.3%였으며, 10년 생존율은 100%로 나타났다. 유두에 암이 재발되더라도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치료 결과는 좋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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