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의 기술 플랫폼은 데스크톱 컴퓨터였고, 2000년대는 웹이었으며, 2010년대는 휴대폰이었습니다. 각 시대마다 이 플랫폼들은 점점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었죠. 앞으로도 여전히 휴대폰이 중요하겠지만, 2020년대의 어느 시점이 되면 증강현실(AR) 글래스가 우리와 기술의 관계를 다시 정의 내릴 겁니다.”
마크 저커버그(사진)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9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2020년대 기술 플랫폼 전망을 이렇게 내다봤다. 저커버그는 “올해는 1년짜리 새해 다짐보다는, 2030년에 나와 세상이 어떻게 돼 있을지에 좀 더 집중해 보려고 한다”면서 향후 10년간 주목해야 될 사안을 소개했다.
그는 우선, 다음 세대 컴퓨팅 플랫폼으로 ‘AR글래스’를 주목했다. AR은 실제현실 위에 디지털로 구현한 가상현실을 포개서 띄우는 기술로, AR글래스는 이를 도와주는 안경 형태의 디지털 기기다.
저커버그는 “어디든 ‘현재’가 될 수 있는 이 기술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들을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라며 대표적인 사례로 엄청난 부동산 비용과 지리적 원인으로 인한 불평등을 꼽았다.
현재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위해 도시로 몰려들면서 집값은 폭등하는 데 반해 삶의 질은 떨어지고 있지만 AR글래스가 보편화되면 각자 거주지에 머물며 일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도시 이주에 대한 필요성은 떨어질 것이란 점에서다. 글로벌 업체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이탈리아 기업 ‘룩소티카’와 함께 AR 레이밴 선글라스 ‘오리온’을 개발 중인 페이스북을 비롯해 아마존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은 이미 AR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저커버그는 이 밖에 페이스북이 ‘밀레니얼 회사’란 점을 강조하면서 앞으로 10년간 자선재단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를 통해 젊은 사업가와 과학자, 지도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계획도 내비쳤다. 그는 “당시에는 아무도 들어주지 않던 우리 세대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페이스북을 만들었었다”며 “다음 10년간은 기후변화와 교육, 주택, 의료비용 등에 대해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더 많은 목소리를 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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