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모ㆍ지인ㆍ동거남 “폭행ㆍ학대 사실 인정”
친모와 그의 지인, 동거남에게 폭행과 학대를 당하다가 숨진 3세 여아가 수시로 매를 맞고 벌을 선 것으로 드러났다. 친모 등은 아이가 두 팔을 들고 벌을 서다가 팔을 내린다는 이유로 손과 발로 때리고 집에서 팬티 차림으로 지내게 했다.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숨진 A(사망 당시 3)양의 친모 B(24)씨와 그의 지인 C(23)씨는 11일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 송승훈) 심리로 10일 열린 첫 재판에서 변호인을 통해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B씨의 동거남 D(33)씨는 변호인을 통해 “폭행ㆍ학대 사실은 모두 인정하나 폭행ㆍ학대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인정하기 어렵다”라며 “(A양 시신) 부검 결과가 제출되면 검토해서 다시 의견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B씨 등은 지난해 11월 14일 오후 경기 김포시 한 빌라에서 주먹과 발, 젖병세척솔, 플라스틱 옷걸이 등으로 A양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지난 10월 27일부터 이날까지 A양이 밥을 먹지 않거나 제대로 씹지 않고 삼키는 등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때리고 학대한 혐의도 받고 있다. 숨진 A양 시신 부검 결과 전신에서 멍 자국이 발견됐고 갈비뼈도 골절돼 있었다.
검찰 공소사실을 보면 B씨 등은 A양이 밥을 안 먹는다는 이유로 플라스틱 숟가락을 억지로 입 안에 집어넣고 집 안에서 팬티만 입혀 생활하게 했다. 또 A양에게 두 팔을 들고 벽을 바라보게 하는 벌을 준 뒤 팔을 내리면 손과 발 등으로 마구 때렸다.
앞서 경찰은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한 B씨와 C씨가 A양의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고 검찰 송치 단계에서 죄명을 살인죄로 변경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상 상습상해 혐의도 적용했다. 또 살인 방조와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상 상습상해 혐의로 D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으며 D씨의 친구(32)에게도 상습상해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검찰은 보완수사를 거쳐 B씨 등이 A양을 병원에 데려간 점, A양 몸에서 생명에 위협이 될만한 상처가 발견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살인의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죄명을 아동학대치사죄로 변경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 송치 후 보완수사를 통해 동거남 D씨가 단순 방조범이 아닌 아동학대 범행에 적극 가담한 사실을 밝혀 학대치사죄로 구속하고 친모 B씨 등과 함께 기소했다”라며 “이들과 함께 송치된 동거남 친구 경우 학대 행위를 도운 사실 등이 발견되지 않아 혐의 없음 처분했다”고 말했다.
B씨는 지난달 25일부터 인천 미추홀구 원룸 자택을 떠나 C씨의 김포시 빌라에서 C씨, D씨 등과 함께 동거를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지난 14일 오후 딸이 숨지자 택시를 이용해 시신을 자택으로 옮겼다. 그는 A양이 목욕탕에서 씻다가 넘어져 숨졌다고 C씨 등과 입을 맞추기도 했다.
B씨는 김포시 빌라에서 동거를 하기 전에도 A양을 24시간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맡기고 주말에만 집으로 데려오는 식으로 사실상 방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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