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2020년도 교육계 신년교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올해는 5ㆍ31 교육 개혁 25주년이 되는 해이다. 1995년 자율과 다양성, 세계화를 목표로 문민정부가 발표한 5ㆍ31 교육 개혁안은 획일성에서 다양성으로,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규제에서 자율성 확대로의 추진 원칙을 토대로 교육과정 다양화와 방과후 학교 활성화, 학교운영위원회 운영 등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입시 위주의 경쟁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적 기조로 인해 특목고 사태, 사교육비 폭증, 자살학생 증가라는 문제를 발생시켰고, 교육 격차와 불평등을 더 심화시키고 있는 한계도 보여주었다. 또한 대학 설립의 인가권을 풀어주다 보니 대학의 기업화를 부추기면서 부실대학까지 양산했고, 대학에 자율성을 주기는커녕 교육부의 통제와 간섭을 강화했다.

그럼에도 교육은 한때 대한민국의 희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지나친 경쟁교육으로 인해 아우성이다. 과거에 ‘개천에서 용이 나는’ 저소득층의 상승 사다리 역할을 하던 교육이 IMF 사태 이후 계층 고착화를 부추기고 있다. 교육이 흙수저가 금수저가 되게 하는 기능을 하지 못한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는 희망이 아닌 절망에 가깝다. 이런 절망을 깨는 일은 파괴적 혁신을 과감하게 실행함으로써 혁신적 포용국가의 비전을 달성하는데 있다. 그리고 혁신의 길은 사람에 대한 이해와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토대로 한 동력을 필요로 하는데, 이를 위한 교육과 교육과정이 과연 우리에게 있는가?

올 초 1월 2일에 교육부는 신년사에서 공정, 혁신, 포용, 민주, 행복이라는 열쇠말을 통해 10대 정책으로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고교 서열화 해소, 일반고 역량 강화, 고교학점제 추진, 학교 공간 혁신, 대입 공정성 강화, 사학혁신, 대학ㆍ전문대학 혁신 지원, 고졸 취업 활성화 등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한국 교육의 중심은 여전히 미래교육보다 대학입시에 머물러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와중에서 다음 세대를 위한 미래교육보다 당장의 대학입시와 직결된 수시, 정시의 비율 문제가 더 큰 사회 이슈로 등장한다. 그러기에 5ㆍ31 교육 개혁 이후, 역대 교육부는 대학입시에 내내 정책 에너지를 소모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따라서 교육 혁신이 가능하려면 우선, 한국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경쟁교육에서 협력교육으로 바꿔야 한다. 승자독식의 차가운 경쟁교육이 아니라 사람과 생명을 더 소중히 여기는 공존과 상생의 행복한 협력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초등ㆍ중등ㆍ고등 교육의 목적을 학생, 교사, 부모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초등교육의 목적은 사람의 같은 점을 알게 하며, 더불어 사는데 필요한 규범과 규칙을 알고 행하는 데 있다. 중등교육은 사람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여 개성, 적성, 소질, 흥미가 다름을 이해하게 하며, 이에 맞는 직업관을 갖게 하는데 있다. 반면에 고등교육 목적은 탁월성에 초점을 맞춰 경쟁보다는 팀워크에 의해 수월한 업적을 만드는 데 있으므로 지적 호기심이 높은 사람이 진학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셋째, 교육정책과 경제정책, 사회정책의 고유한 기능을 잘 파악하여 조화롭게 활용해야 한다. 교육정책이 대학입시정책에 함몰돼서는 안 된다. 학력의 과도한 비중보다 노동경력의 비중을 높이는 임금정책이 필요하다. 중학교만 나와도 노동경력을 대학졸업에 의한 교육경력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인정해 준다면 굳이 기를 쓰고 대학에 가지 않을 것이다. 중등교육까지만 받아도 한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복지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수준의 법적 상설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교육선진국 핀란드의 교육 혁신이 성공한 이유는 여야 정치권의 합의로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20년간 교육개혁 지휘봉을 잡았던 에르키 아호 국가교육청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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