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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의 소비법? “굴 하나도 목적에 맞게” “시간 걸려도 할인은 챙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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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의 소비법? “굴 하나도 목적에 맞게” “시간 걸려도 할인은 챙겨야”

입력
2020.01.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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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경험에 두려움 없고 

 사고 싶은 상품 검색은 전문가처럼 꼼꼼하게 

 가치소비로 ‘나심비’ 챙기고, 나만을 위한 ‘욜로’ 소비도 중요 

지난해 12월. 같은 대학 동기들인 이종원(25ㆍ가명), 박준서(26ㆍ가명), 유민승(26ㆍ가명)씨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의 한 와인바에서 저녁 약속을 잡았다. 이씨는 약속 장소로 가는 길에 직장인들의 한 익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늘 저녁 7시 가로수길에서 와인 한잔 같이 하실 분 있나요?”라는 글을 남겼다. 그는 이 SNS를 자주 사용하는 편이다. 요새 그는 비슷한 나이대 직장인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흥미롭기만 하다. 이날도 직장인 몇 명이 장소를 묻는 글을 남겼으나, 약속 장소에 나타나진 않았다. 이씨는 "이런 경우는 허다해서 실망할 필요가 전혀 없다"며 웃었다.

그는 지난해 여름 휴가로 혼자 영국에 갔을 때도 이곳을 활용했다. 이씨는 "박물관 동반 투어와 점심을 같이 할 사람"을 찾는 글을 올렸고, 한 직장인을 만나 반나절을 함께 보냈다. 물론 박물관 투어나 점심은 ‘더치페이’. 각자 박물관 티켓과 점심 값을 계산한 뒤 헤어졌다. 그는 “우리 세대에선 새로운 경험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편”이라며 “억지로 시간을 내어 약속을 잡기보다, 내 시간에 맞는 사람을 찾는 게 더 편하다”고 말했다.

모바일에서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을 통해 검색한 굴 제품들. 무려 4,000여곳의 판매처가 검색된다. 모바일 화면 캡처
모바일에서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을 통해 검색한 굴 제품들. 무려 4,000여곳의 판매처가 검색된다. 모바일 화면 캡처

 

 

 ◇“쇼핑은 주로 온라인에서, 상품 검색은 꼼꼼하게” 

세 사람은 만나자마자 서로의 스타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남자들이지만 외모를 관리하는 일에 소홀하지 않는 편이다. 세 사람은 눈썹을 관리해주는 숍에 정기적으로 다닌다. 이중 한 명은 아예 눈썹 문신도 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외모도 경쟁력”이라며 “깨끗하게 정돈된 외모를 위해 돈을 쓰는 게 아깝지 않다”고 했다.

소비를 할 때도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한다. ‘취준생’인 박준서씨는 최근 온라인쇼핑몰에서 사흘이나 걸려 신발을 구입했다. 상품 검색부터 구매까지 따져봐야 할 게 많아서다. 유튜브 검색을 시작으로 ‘실착(실제 착장)’후기, 가격 비교, 카드 할인 및 포인트 적립 등 하나하나에 적잖은 시간을 할애했다. 박씨에 따르면 실착 후기는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해시태그(#)로 검색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란다. 직접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을 찾지 않아도 된다.

또 단돈 100원이라도 할인 받고 적더라도 포인트를 적립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박씨는 “이런 과정을 힘들다거나 귀찮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금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충분한 에너지를 쏟아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는 게 내겐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종원씨는 굴, 전복, 홍합 등 수산물을 즐기는 마니아다. 12월이 되면 굴을 꼭 사는 데, 역시 온라인쇼핑몰을 이용한다. 굳이 재래시장을 가지 않아도 꼼꼼한 체크가 가능해서다. 그가 주로 쇼핑하는 G마켓의 검색창에 ‘굴’을 입력하면 무게와 함께 찜, 구이, 횟감 등 용도에 따라 구분한 판매처가 4,000개 넘게 나온다. 이 엄청난 검색 결과를 꼼꼼히 따져 최적의 상품을 구매하는 일이 이씨의 작은 기쁨이다.

쇼핑 노하우를 묻는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이씨는 전문가 뺨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굴을 구매할 땐 배송도 중요한데, 수분 함량이 많은지 확인해야 해요. 왜냐하면 배송 과정에서 굴이 점점 마르거든요.” “표시된 무게도 잘 따져봐야 해요. 껍질을 포함했느냐 하지 않았느냐에 따라 달라지니까요.” “구매 후기, 특히 ‘포토(사진) 후기’를 잘 살펴봐야 해요.”

그는 날씨가 따뜻해지는 5~9월은 수온 상승으로 식중독 위험이 높아 피한다. 굴을 살 땐 부침ㆍ횟감용은 생굴로, 구이ㆍ찜용은 생굴보다 알맹이가 큰 석화로 구분해 산다. 홍합을 살 땐 ‘지중해담치’가 오는지 꼭 확인한다. “담치는 폐타이어에 양식되는 경우도 있어 손질에 더 신경 써야 하거든요.” 이씨는 “내가 관심 있고 잘 아는 분야에 대해선 집요할 만큼 파고드는 편인데, 쇼핑할 땐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윤리적인 방법으로 동물 털을 취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왼쪽)’와 ‘나우’. 각 사 제공
윤리적인 방법으로 동물 털을 취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왼쪽)’와 ‘나우’. 각 사 제공

 

 ◇“소비에서 ‘욜로’ '나심비'는 중요” 

유민승씨는 지난달 겨울 휴가 때 2가지 계획을 세워 실천했다. 홀로 제주도 여행을 갔고 치아 미관 치료인 라미네이트 시술을 받은 것이다. 그는 매년 휴가나 명절 연휴 기간은 철저하게 자신에게 투자하는 편이다.

자칭 ‘욜로(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족’인 그는 “인생의 황금기에 열심히 돈을 모았다고 나중에 정말 행복해질 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다시 오지 않을 20대를 위해 후회 없이 인생을 즐기자는 모토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유씨처럼 소신을 가지고 소비하는 Z세대들이 부쩍 늘었다. 지난해 일본제품 불매운동 영향을 받은 직장인 엄은정(24)씨도 마찬가지. 그는 되도록이면 국산품을 사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원산지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 ‘가치소비’를 추구하고 있다. 올 겨울 롱패딩도 윤리적 방법으로 채취된 동물 털을 쓴 제품을 구입했다.

엄씨는 “윤리적 제품을 만드는 해외브랜드 ‘캐나다구스’ ‘파타고니아’ ‘나우’ 등의 패딩 제품을 놓고 고민했다”며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윤리적 소비를 한다는 자부심과 ‘나심비(나의 심리적 만족 비율)’가 높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런 Z세대의 소비패턴은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9일 새롭게 단장해 문을 연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 잠실점은 고민의 흔적이 역력했다. 2개 층으로 2,200여평 규모의 국내 최대 규모의 매장인데, 고가의 가전제품 전시 외에도 e-스포츠 경기장, 1인 미디어존, 프리미엄 오디오 청음실 등 젊은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공간을 강화했다. 또한 제주 출신 신입사원의 의견을 수렴해 제주 땅콩을 활용한 커피전문점 ‘도렐커피’를 들여와 지역상생의 가치도 추구했다.

이곳의 이성재 지점장은 “워라밸(일과 삶의 조화), 나심비 등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여가와 취미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들로 매장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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