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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 전 회장과 일본 사법당국 간 국제 여론전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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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 전 회장과 일본 사법당국 간 국제 여론전 본격화

입력
2020.01.09 20:26
수정
2020.01.09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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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명 벗겠다” 곤 전 회장 본격 언론 인터뷰

“근거가 없다” 日 하루에 두 번 반박 이례적

레바논 당국, 곤 회장 출국금지 조치

도쿄 시민들이 9일 카를로스 곤 전 닛산 르노자동차 회장의 기자회견 모습을 다룬 뉴스를 대형 전광판을 통해 바라보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도쿄 시민들이 9일 카를로스 곤 전 닛산 르노자동차 회장의 기자회견 모습을 다룬 뉴스를 대형 전광판을 통해 바라보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카를로스 곤 전 닛산ㆍ르노자동차 회장과 일본 사법당국의 국제 여론전이 점입가경이다.

곤 전 회장은 8일(현지시간) 일본 도주 후 첫 기자회견을 열었고 9일 해외 언론과 인터뷰에서 결백을 주장하며 일본 사법제도에 대한 비판을 이어나갔다. 이에 일본 법무장관은 이례적으로 하루에 두 번이나 반박 회견을 열며 차단에 나섰다. 곤 전 회장의 주장이 ‘폭탄선언’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일본 사법당국을 정조준하며 유력 언론과 본격 인터뷰에 나선 것에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곤 전 회장은 친분이 있는 프랑스 언론인과 이번 사건을 포함해 자신의 생애를 다룬 책을 함께 출판하기로 했다. 이날 NHK에 따르면 공저자는 AFP통신 도쿄지국장 출신 필립 리에스다. 리에스는 NHK에 “사건의 진실을 폭로하는 책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곤 전 회장이 전날 “오명을 벗는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같은 맥락이다.

곤 전 회장은 CNN과 프랑스 민영방송 TF1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일본 출국을 결행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CNN에서 일본 출국에 대해 “어딘가에 숨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의를 추구하면서 오명을 벗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다만 경유지인 터키에서 도주를 도운 비행사 등이 수사당국에 체포된 것에 대해선 “그들에게 리스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미안하다”고 했다. TF1에서는 “레바논이나 프랑스 등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국가라면 재판 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의 국제수배에 대해선 “나의 행동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정지시키기 위해 싸우고 싶다”고 했다.

일본 사법당국 수장인 모리 마사코(森雅子) 법무장관은 이날 두 차례 기자회견을 열어 곤 전 회장의 회견을 적극 반박했다. 그는 이날 “(곤 전 회장의) 비판이 대부분 추상적이고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일본 검찰은 정확한 증거에 따라 유죄 판결 전망이 높을 때 기소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사법당국이 기소 후 장기 구속과 자백 강요 등 무리한 방법으로 유죄 판결을 끌어낸다는 곤 전 회장의 비판을 겨냥한 것이다.

그는 곤 전 회장 회견 직후인 이날 오전 0시 40분에도 회견을 열고 “불법 출국을 정당화하려고 국내외에 우리나라의 법 제도와 운용에 대해 잘못된 사실을 고의로 퍼뜨리는 건 도저히 간과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양측 간 여론전이 본격화할 경우 사건의 진실 규명은 장기화할 공산이 크다. 곤 전 회장은 전날 회견에서 그간 주장해 온 ‘일본 정부 배후설’에 대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관여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신병 확보 요청 등 일본과 레바논 정부 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수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AP와 AFP통신은 레바논 사법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곤 전 회장에 대한 인터폴의 적색 수배 통보를 받은 뒤 당국이 그의 해외 출국을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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