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격 땐 ‘의회 토론ㆍ표결 강제’ 대통령 무력사용 제한 결의안
군사력 앞세운 트럼프 외교에도 영향… 공화당 장악 상원 통과는 어려워
야당 민주당이 주도하는 미국 하원이 9일 본회의에서 이란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행동을 제한하는 결의안을 표결하기로 했다. 이란과의 무력충돌로 드러난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군사력 발동이 국익을 해칠 수 있다고 보고 확실한 법적 견제에 나선 것이다. 이란 이슈에 한정된 결의안이지만 일단 대통령의 전쟁 권한에 제동이 걸리면 북한 등 다른 적성국가들에 대한 무력 대응에도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할 의무를 지키기 위해 대통령의 대(對)이란 군사 행동을 제한하는 ‘전쟁 권한 축소 결의안’을 하원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의원들은 이란에 적개심으로 대응한 행정부의 결정과 전략 부재에 심각하고 급박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대통령의 불충분한 통보와 행정부 브리핑은 이런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결의안은 이란에 무력을 동원할 때 사전에 반드시 의회 토론과 표결을 거치도록 했다. 규정을 어긴 군사행동은 30일 안에 중지해야 한다. 의회 승인이 없는 군사작전 예산 집행을 불허하는 법안과 2002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의회가 대통령에게 폭넓게 위임한 ‘무력사용권(AUMF)’을 폐지하는 결의안도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신문은 이번 표결을 계기로 대통령의 전쟁 권한을 놓고 치열한 토론이 촉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2001년 9ㆍ11테러 이후 대통령이 테러세력에 군대를 투입할 수 있게 AUMF를 부여했다. 이후 AUMF는 이라크전쟁을 비롯한 각종 해외 군사작전 수행에 활용됐지만 매번 합법성 논란이 불거졌고, 최근 이란과 전쟁 위기를 겪으면서 손봐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의회의 견제 시도가 성공할 경우 군사력을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다른 외교정책도 줄줄이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대북 군사옵션 역시 비슷한 절차로 가로막힐 공산이 크다. 단, 결의안 통과 전망은 밝지 않다. 트럼프 탄핵소추안처럼 민주당이 다수를 점한 하원 통과는 쉽지만, 53대 47로 공화당 의석이 더 많은 상원에선 이탈표가 얼마나 나올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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