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등록금 인상을 둘러싸고 대학 측과 학생들이 대립하고 있다. 일부 사립대학들이 재정난을 호소하며 교육당국의 불가 방침에도 등록금 인상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9일 대학가에 따르면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는 10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앞에서 ‘등록금 부담 완화와 민주적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요구하는 대학생 공동 기자회견’을 연다. 지난해 11월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가 ‘등록금 인상 결의안’을 내놓은 것에 대한 맞대응이다. 전대넷은 “2018년 학자금 대출 금액이 전년 대비 639억원, 대출 대학생수는 1만여명이 늘었다”며 “등록금 인상은 대학생들의 현실을 외면한 발언으로 묵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이 올해 등록금 문제에 유독 민감한 건 대학이 등록금 인상을 강행하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어서다. 사총협은 지난해 11월 15일 “2020학년도부터 법정 인상률 범위 내에서 등록금 자율책정권을 행사한다”는 내용의 결의서를 채택했다. 현재 고등교육법은 직전 3개년도 소비자 물가 상승률 평균의 1.5배 선에서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게 돼 있다. 물론 교육당국은 이런 사립대학 움직임에 제동을 걸긴 했지만, 사립대학들 사이에선 “이번에 대학들이 뭉쳐서 단체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도 없지 않다. 황인성 사총협 사무처장은 “등록금이 11년째 동결된 탓에 대학의 재정 여건이 어렵다”며 “사립대 교수도 국가에서 재정지원을 받는 국공립대 교수보다 급여 수준이 낮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 대학들의 등록금 활용률이 100%를 넘는 상황에서 기부금 등으로 재정을 메우고 있다”며 “그나마도 지방의 사립대들은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학들도 올해 등록금을 결정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를 꾸리고 심의에 들어갔다. 다만 교육당국의 압박이 강한 데다 학생들의 반발도 심해 실제 인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실제 일부 학교는 아예 등록금을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고려대 학생회는 지난 6일 “2020년도 등록금 문제 공동대응 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등록금 인상 저지는 물론 등록금 인하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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