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적 판단으로 외교참사” 트럼프엔 비판론 비등
“이란은 자국 젊은이들에게 미국이 이란에 얼마나 적대적인지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미국ㆍ이란 관계 전문가인 라스타 라스타히즈 미 센트럴오클라호마대(UCO) 교수는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정예군(쿠드스군) 사령관의 사망 이후 중동지역 정세를 이렇게 분석했다. 그는 8일(현지시간) 캐나다 매체 에드먼드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말 휘발유값 인상으로 촉발된 이란 내 전례없는 반정부 시위를 거론한 뒤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죽음은 이란 통합 촉구에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만 해도 시위대 수천명이 사망하고 인터넷 접속까지 차단됐지만 지금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솔레이마니 사령관 추모와 미국 비난만 넘쳐난다는 것이다.
미ㆍ이란 간 전운이 일단 진정되는 가운데 이번 무력충돌 위기 국면의 승자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끝이 보이지 않던 반정부 시위를 잠재우고 내부 결속을 다지며 권력 기반을 공고화했다는 평가다. 터키 일간 데일리 사바흐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죽음은 이란 정부에 대한 대중의 반감을 미국을 향한 증오심으로 바꿔놓았다”고 분석했다. 이란 국민들에게 지금은 정부를 비판할 때가 아니라 외부의 적에 대항할 때임을 각인시켰다는 것이다. 전격적인 보복 공격을 단행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었다는 해석이 많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보복 공격에도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점을 정치적 선전에 적극 활용하지만 이번 대치 국면에선 조연에 그친 모습이다. 일각에서 솔레이마니 폭사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도박’이 성공했다”며 후한 점수를 주지만, 철저하고 준비된 전략 없이 즉흥적인 판단으로 군사행동을 감행함으로써 중동 정세를 악화시킨 외교참사라는 비판이 훨씬 크다. 같은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책임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