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안전과 실효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온 서울 종로 자전거전용차로가 폐지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보행 친화 자전거 도시를 만들겠다”며 대대적 홍보 속에 선보였지만 결국 2년도 못돼 도심 한복판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9일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종로 자전거전용차로는 지금도 이용자가 별로 없는데 인근 청계천로에 자전거전용도로가 생기면 더욱 제기능을 못할 것”이라며 “기존 자전거전용차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별도 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종로 자전거전용차로는 2018년 4월 종로1~5가 2.6㎞ 구간에 개통했다. 찻길 끝 폭 1m 남짓 도로 위를 암적색으로 칠해 표시하고, 자전거만 달릴 수 있게 한 길이다. 물리적으로 구분되지 않은 채 대로변에 ‘더부살이’를 하다 보니 늘 안전 문제가 시민을 위협하고 있다. 승ㆍ하차를 위해 택시와 버스가 끼어들고, 근처에 밀집한 의류도매상가에서 원단이나 자재를 실어 나르는 오토바이가 불쑥불쑥 침범하기 일쑤다.
자전거 이용자 김모(36)씨는 “자전거전용차로라고 하지만 차량과 동선이 겹치는 곳이 많아 불편해서 그쪽으로는 잘 안 간다”며 “복잡한 대로변에서 안전은 알아서 챙기라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자전거뿐 아니라 승용차 운전자도 “가뜩이나 막히는 도로에 자전거도로까지 만들어 교통 흐름을 방해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물건을 싣고 내릴 때 정차 공간이 부족한 주변 상인들도 환영하지 않는다.
이에 시는 종로 자전거전용차로가 사실상 기능을 못한다고 판단, 조업 주차공간이나 인도에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청계천 자전거전용도로가 열릴 때까지는 존치한다.
박 시장은 지난해 7월 ‘사람 중심의 자전거 혁명’을 선언하면서 ‘자전거 하이웨이(CRTㆍCycle Rapid Transportation)’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오는 10월 청계천로 양방향(청계광장~고산자교)에 자전거전용도로를 개통한다. 종로 자전거전용차로와 달리 차도ㆍ인도와 분리된 별도의 자전거전용도로로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둔다. 종로와 을지로 등 주변의 자전거가 이 도로로 유입될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청계천로를 시작으로 서울 전역에 방사형 간선망과 순환형 지선망을 연계한 CRT를 깔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차량 억제 정책 없는 자전거전용도로 구축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송상석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은 “자전거와 보행자 중심으로 가겠다는 원칙만 있을 뿐 확실한 승용차 억제 정책이 없다 보니 ‘반쪽짜리’ 밖에 안 된다”며 “혁신적으로 승용차를 억제하고, 자전거와 녹색교통 활성화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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