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 이어 부인이 원장에 선임되면서 ‘부부세습ㆍ사유화’ 논란이 일었던 전남 순천문화원의 새 원장 선임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었던 것으로 전남도 사무검사 결과 드러났다. 회원 회비와 보조금, 수익금 등 회계처리도 부실하게 관리된 것으로 조사됐다. 전남도는 원장 선임이 무효라고 판단하고 순천문화원에 원장 재선임과 투명한 회계 관리를 요구했다.
9일 순천문화원 정상화 추진 범시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전남도는 지난해 11월 순천문화원 법인 사무와 운영상황 등을 점검했다. 주요 검사 내용은 법인 수익금의 운영비 부당 집행, 임원 선임 절차상 하자, 순천시와 소송 승소금 임의 사용, 감사보고서 부실 작성 의혹 등이다. 앞서 시민대책위는 지난해 11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순천문화원의 파행적인 운영을 조치해 달라’는 민원을 신청했고 전남도가 이첩 받아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 결과 순천문화원은 원장 선출과정에서 의결 정족수가 미달됐지만 전임 원장의 부인을 신임 원장으로 추대했다. 원장 선출은 총회에서 회원 과반수 출석으로 회의를 열고 출석 회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해야 하지만 정족수에 미달한 채 원장을 선임하고 회의록도 작성하지 않았다. 도는 원장 선임이 무효라고 판단하고 총회를 다시 거쳐 원장을 재선임할 것을 통보했다.
순천문화원은 10여년간 운영을 맡아 왔던 원장의 갑작스런 유고가 발생하자 전임 원장의 부인인 송혜경 전 순천시의원을 신임 원장으로 선임해 지역 사회의 반발을 샀다. 순천문화원은 지난해 10월 임시총회를 열고 단독 후보인 송 전 시의원을 원장으로 선임했다. 이에 시민단체는 문화원의 부부세습과 사유화를 비판하고 공적 기능 회복을 요구해왔다.
불투명한 회계 관리도 도마에 올랐다. 순천문화원은 회원 회비와 보조금, 임대수익금, 기본재산 등을 각각의 통장으로 관리해야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동일계좌로 무분별하게 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7∼2019년 수익금 2억9,688만원을 회원들의 회비와 같은 계좌로 부당 사용하고 자금 집행내역 증빙자료를 부실하게 관리해왔다.
또 2013년 순천시와 소유권 관련 소송에서 승소해 받은 3억원을 기본재산으로 편입하지 않고 일반운영비로 멋대로 사용하고 이사회 의결도 거치지 않았다. 도는 순천문화원이 사용하고 남은 승소금 잔액 1억2,000만원을 법인 기본재산에 편입시킬 것을 요구했다. 이 밖에도 감사보고서가 형식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세입ㆍ세출 결산서에 수입ㆍ지출이 일치하지 않았지만 총회에서 ‘이상 없음’으로 의결했다.
시민대책위는 관리감독을 허술히 한 공무원의 문책과 순천문화원 해산 및 관련자 형사고발을 촉구했다. 시민대책위 관계자는 “법인 자금을 불법 사용하고 횡령이 의심되는 등 회계부정 사실이 확인됐다”며 “절차를 어기고 취임한 송혜경 원장과 현 문화원 이사진은 자격이 없음을 인정하고 즉시 사퇴할 것과 감독청은 국민 세금으로 취득한 문화원 건물을 회수하라”고 촉구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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