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는 어떻게 소비하나
“전복이나 굴을 살 때는 구매 목적이 분명해야 해요. 계절마다 취급이 다르기도 하니까요.
직장인 이종원(25ㆍ가명)씨는 굴, 전복, 홍합 등 수산물을 자주 구매한다. 그럴 땐 꼭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한다. 그가 주로 이용하는 G마켓의 검색창에 ‘굴’을 입력하면 무게와 함께 찜, 구이, 횟감 등 용도에 따라 구분한 판매처가 4,000개 넘게 나온다. 이 엄청난 검색 결과를 꼼꼼히 따져 최적의 상품을 구매하는 일이 이씨의 작은 기쁨이다.
쇼핑 노하우를 묻는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이씨는 전문가 뺨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굴을 구매할 땐 배송도 중요한데, 수분 함량이 많은지 확인해야 해요. 왜냐하면 배송 과정에서 굴이 점점 마르거든요.” “표시된 무게도 잘 따져봐야 해요. 껍질을 포함했느냐 하지 않았느냐에 따라 달라지니까요.” “구매 후기, 특히 ‘포토(사진) 후기’를 잘 살펴봐야 해요.”
그는 12월이면 굴을 찾기 시작한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5~9월은 수온 상승으로 식중독 위험이 높아 피한다. 굴을 살 땐 부침ㆍ횟감용은 생굴로, 구이ㆍ찜용은 생굴보다 알맹이가 큰 석화로 구분해 산다. 홍합을 살 땐 ‘지중해담치’가 오는지 꼭 확인한다. “담치는 폐타이어에 양식되는 경우도 있어 손질에 더 신경 써야 하거든요.” 이씨는 “내가 관심 있고 잘 아는 분야에 대해선 집요할 만큼 파고드는 편인데, 쇼핑할 땐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취준생’ 박준서(26ㆍ가명)씨는 최근 온라인에서 사흘 걸려 신발을 구입했다. 유튜브 검색을 시작으로 ‘실착(실제 착장)’후기, 가격 비교, 카드 할인 및 포인트 적립 등 하나하나에 적잖은 시간을 할애했다. 박씨에 따르면 실착 후기는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해시태그(#)로 검색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란다.
단돈 100원이라도 할인 받고 적더라도 포인트를 적립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박씨는 “이런 과정을 힘들다거나 귀찮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금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충분한 에너지를 쏟아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는 게 내겐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일본제품 불매운동 영향을 받아 되도록 국산품을 샀던 직장인 엄은정(24)씨는 최근 원산지를 넘어선 ‘가치소비’를 추구하고 있다. 올 겨울 롱패딩도 윤리적 방법으로 채취된 동물 털을 쓴 제품을 샀다. 엄씨는 “윤리적 제품을 만드는 해외브랜드 ‘캐나다구스’ ‘파타고니아’ ‘나우’ 등의 패딩 제품을 놓고 고민했다”며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나심비(나의 심리적 만족 비율)’가 높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유민승(26ㆍ가명)씨는 지난달 겨울 휴가 때 2가지 계획을 세워 실천했다. 홀로 제주도 여행을 갔고 치아 미관 치료인 라미네이트 시술을 받은 것이다. 그는 매년 휴가나 명절 연휴 기간은 철저하게 자신에게 투자하는 편이다. 자칭 ‘욜로(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족’인 그는 “인생의 황금기에 열심히 돈을 모았다고 나중에 정말 행복해질 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다시 오지 않을 20대를 위해 후회 없이 인생을 즐기자는 모토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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