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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2020]건강관리 넘어 ‘치료’ 개입하는 기술…한국엔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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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2020]건강관리 넘어 ‘치료’ 개입하는 기술…한국엔 ‘그림의 떡’

입력
2020.01.10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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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0' 샌즈액스포 전시관에서 수술복을 연상시키는 차림의 메드원드 직원이 소형 기기를 활용한 원격진료 시스템의 체온을 측정할 수 있는 기능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0' 샌즈액스포 전시관에서 수술복을 연상시키는 차림의 메드원드 직원이 소형 기기를 활용한 원격진료 시스템의 체온을 측정할 수 있는 기능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 중인 소비자가전 전시회 ‘CES 2020’ 행사장 중 ‘샌즈엑스포’ 전시관은 발 빠른 혁신 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이 모여 있다. 도전적인 신기술의 흐름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8일(현지시간) 찾아간 이 전시관에선 개발자가 대부분인 참여 업체 직원들의 복장부터 눈에 들어왔다. 파란 수술복이나 하얀 의사가운을 걸친 이들이 유독 많았다. 이는 지금까지 관리나 점검 등을 통해 질병 예방 중심으로 이뤄졌던 ‘헬스케어’ 분야의 기술이 이젠 치료 영역까지 개입, ‘디지털 치료’ 개념에 다다른 것으로 읽혔다.

◇원격진료ㆍ디지털 치료가 뜬다

이 전시관에 자리한 메드원드(Medwand)는 원격진료를 손바닥만한 기기로 구현해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기기에는 편도선 등을 관찰할 수 있는 카메라를 비롯해 체온 및 심장박동수, 혈액산소농도, 심장과 폐의 소리 등 다양한 생체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가 달려 있다. 센서를 통해 환자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치료진에 제공된다. 메드원드 관계자는 “원격의료의 잠재력을 충족시키는 기술”이라며 “의사는 원격에서 다양한 징후를 판독하고 환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휴대용 기기로 체온, 심박수, 혈액산소농도 등 6가지 생체신호를 측정하고 의사로부터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는 메드원드 제품.
휴대용 기기로 체온, 심박수, 혈액산소농도 등 6가지 생체신호를 측정하고 의사로부터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는 메드원드 제품.

아폴로뉴로에서 선보인 손목 착용형 웨어러블 기기는 심장박동 간 격차를 넓혀 주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몸이 빨리 평상심을 회복한다는 원리가 담겨 있다. 손목을 통해 부드러운 진동이 전달되는데, 이 진동 패턴이 뇌로 ‘안전하다’는 신호를 보내 심장박동 간 격차를 넓힌다. 아폴로뉴로 관계자는 “의사와 신경과학자가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이미 임상적으로 증명돼 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0' 샌즈액스포 전시관에서 아폴로뉴로 직원이 손목 착용형 웨어러블 기기가 전달하는 진동 패턴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0' 샌즈액스포 전시관에서 아폴로뉴로 직원이 손목 착용형 웨어러블 기기가 전달하는 진동 패턴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이 외에도 가상현실(VR) 콘텐츠로 뇌를 활성화시켜 정신 건강 향상, 우울증 퇴치와 함께 신경성 질환 환자 재활 시 고통에 대한 인식을 낮추는 기술(업체명 미에론 Mieron), 목에 두르고 있으면 갑상샘이 자극돼 신진대사가 높아지는 기술(GmbH) 등이 전시장을 메웠다.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0' 샌즈액스포 전시관에 위치한 네오펙트 전시관을 찾은 관람객이 장갑처럼 끼우는 손 재활 기기를 체험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0' 샌즈액스포 전시관에 위치한 네오펙트 전시관을 찾은 관람객이 장갑처럼 끼우는 손 재활 기기를 체험하고 있다.

◇한국은 규제가 발목…해외로 등 돌리는 기업들

전시장의 대부분은 미국이나 유럽 등의 업체로 채워졌지만 한국도 기술이 없는 건 아니다. 기술력은 충분하지만 의료기관 밖으로 의료 데이터가 이동하는 것을 금지하는 의료법에 막혀 사실상 사업을 할 수 없는 환경이 답답할 뿐이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원격진료가 이미 허용된 일본, 중국은 물론이고 임상을 거친 디지털 기술을 의약품 치료제로 허용한 미국과도 대조적이다.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0' 샌즈액스포 전시관에서 네오펙트 직원이 손 재활 기기를 사용 중인 환자의 모습과 재활 프로그램 화면을 보면서 원격으로 진료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0' 샌즈액스포 전시관에서 네오펙트 직원이 손 재활 기기를 사용 중인 환자의 모습과 재활 프로그램 화면을 보면서 원격으로 진료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장갑과 유사하게 손에 끼워 게임처럼 즐기는 재활 솔루션 전문 개발사인 네오펙트는 2018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시연 후 “첨단 의료기기가 빨리 시장에 나오도록 규제 혁신을 약속한다”고 말해 ‘문재인 글러브’로 유명해졌지만 1년 반이 지나도록 한국에선 단 한 명의 소비자에게도 팔지 못했다. 미국에선 2018년 9월 기준 700여명의 개인 사용자를 확보했다. 최근 상ㆍ하체 재활 솔루션 기술과 원격진료 시스템까지 추가로 개발한 네오펙트는 미국 시장에 주력 중이다. 네오펙트 관계자는 “미국은 원격재활도 보험을 적용해 가격을 낮출 수 있게 하는 등 많이 열려 있다”며 “한국 규제 상황은 별반 바뀐 게 없다”고 꼬집었다.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0' 샌즈액스포 전시관에 엑소시스템즈의 '엑소리햅'이 전시돼 있다. 무릎에 차는 웨어러블 재활 솔루션인 엑소리햅은 전기 자극을 줘 근육을 강화시켜 준다.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0' 샌즈액스포 전시관에 엑소시스템즈의 '엑소리햅'이 전시돼 있다. 무릎에 차는 웨어러블 재활 솔루션인 엑소리햅은 전기 자극을 줘 근육을 강화시켜 준다.

맞춤형 전기 자극을 줘 근육을 강화하는 기술을 개발한 엑소시스템즈도 정식 상용화하지 못했다. 그나마 작년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해 시범사업을 할 수 있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엑소시스템즈 관계자는 “근력 데이터를 클라우드에서 관리, 분석하는 시스템이라 의료 데이터 이동을 전제로 해 현행법과 부딪힌다”며 “근감소증을 겪는 어르신들이 먼 병원까지 방문하기 힘든데도 데이터를 의료기관에만 묶어 두는 규제는 시장 흐름과 맞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글ㆍ사진 라스베이거스(미국)=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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