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확인 질병 의심환자도 격리 가능
거부하면 벌금 300만원…외국인 처벌 가능성은 미지수

지난 5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을 다녀온 폐렴 의심환자가 격리치료를 거부한 채 10시간 동안 홍콩 시내를 활보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이런 사례가 한국에서도 재현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우한을 다녀온 뒤 유사한 증상을 보인 환자가 8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데다, 우한을 거쳐 국내로 들어온 입국자수가 2,000명 안팎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우한을 다녀온 폐렴 의심환자가 격리치료를 거부하는 일은 국내에서는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법정전염병으로 지정된 환자만 격리할 수 있는 홍콩과 달리, 한국에선 미확인 질병 의심환자도 강제입원이 가능하고, 거부할 경우 처벌할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9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우한발 폐렴이 의심되는 환자는 질병관리본부(질본)가 지정 의료기관에 입원을 요청할 경우 반드시 이에 따라야 한다. 격리조치 등을 거부한 의심환자는 보건당국으로부터 고발당할 수 있고, 최대 3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우한 폐렴의 정체가 규명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현행 감염병의예방및관리에관한법률은 병명을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새로 발생한 감염병을 ‘신종감염병증후군’으로 지정하고 있어 대처가 가능하다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고재영 질본 위기소통담당관은 “우한을 여행하고 국내로 돌아온 사람이 발열 등 폐렴 의심증상을 보여 의료기관을 찾을 경우, 의료기관은 반드시 질본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며 “이때 질본이 파견한 역학조사관이 역학적 연관성을 판단해 입원을 요청하면 환자는 이에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제 격리조치 대상은 외국인도 예외는 아니다. 김기남 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현행법은 입원을 거부한 사람에 대해선 경찰에 협조를 요청하도록 돼 있어 필요할 경우 외국인이라도 반드시 격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이 격리조치를 거부하고 도피할 경우 처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런 사례가 없는 탓에 복지부와 질본 관계자들 모두 확실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박혜경 질본 위기대응생물테러대응총괄과장은 “아직까지 발생하지 않은 상황이라 벌금을 어떻게 징수할지에 대해서는 확답이 어렵다”며 “그런 일이 일어나면 실무는 관할지역 보건소에서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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