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떡이나 영양죽 등 노인들이 쉽게 씹어 소화시킬 수 있는 ‘고령친화식품’이 식품업계의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 받고 있다. 10년 뒤면 국민 4명 중 1명이 고령인구에 해당할 정도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관련 시장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노인을 위한 식품시장 육성을 중요 과제로 삼고 지원사격에 나선 상태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5.7%에서 2030년 25.0%, 2040년 33.9%로 급증한다. 낮은 출산율, 길어진 기대수명에 더해 올해부턴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생)의 고령층 편입이 본격화하면서 고령인구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고령친화산업을 시급히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속도는 더딘 편이다. 이 중에서도 식품산업은 고령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대표적인 분야로 꼽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는 2017년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제품들 중 ‘고령친화 가공식품’은 환자식 또는 치료식이 대부분”이라며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단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고령친화식품 시장 규모는 이미 1조5,700억원에 달하지만, 한국은 시장조차 형성되지 않은 것이다. 제품 형태도 한국은 △분말식 △젤리식 △영양죽 등에 한정된 반면, 일본의 경우 1,500여 종의 고령친화 가공식품이 이미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
고령자를 위한 식품 개발은 노인 복지뿐 아니라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조사도 있다. KREI가 국민건강영양조사 등을 분석한 결과 고령자의 37.9%는 음식물을 씹는 데, 59.6%는 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KREI는 고령친화식품 시장이 활성화되면 사회적 질병비용이 연간 5,240억원 감소하고, 고령소비자 효용은 6,623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1년에 1조1,863억원 수준의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관련 시장활성화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식품산업 활력 제고 대책’에는 노인 관련 산업 발전을 지원하는 ‘고령친화산업법’ 대상에 식품을 추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령친화우수식품을 지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고령친화식품을 대상으로 한 인증제를 실시해 소비자 인지도를 높일 계획이다. 올해부턴 소화장애와 영양개선, 면역기능 강화 등을 위한 식품 R&D도 중점 지원해 고품질 제품 출시를 유도한다.
식품업계는 반색하는 분위기다. 이미 부드러운 떡, 견과류 등을 만드는 기술을 확보해 고령친화식품 산업에 진출한 아워홈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고령친화식품산업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특히 R&D를 통한 한국인의 식생활과 삶에 맞는 고령친화식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공동기획: 농림축산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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