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화학소재기업인 듀폰이 한국에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생산시설을 만든다.
포토레지스트는 실리콘 웨이퍼 위에 펴 바른 뒤 빛을 쬐어 회로를 그리는 작업에 활용되는 반도체 생산 과정의 핵심 소재다. 지난 해 7월 일본이 한국에 수출규제 조치를 내렸던 3개 품목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번 듀폰의 한국 투자는 포토레지스트의 일본 의존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존 켐프 듀폰 사장과 성윤모 장관이 만나 “EUV용 포토레지스트 개발 및 생산시설 구축을 위해 한국에 투자하기로 확정하고 코트라에 투자신고서를 제출했다”고 9일 밝혔다. 투자신고서에 명시한 투자금액은 2,800만 달러다.
듀폰은 한국 내 자회사인 롬엔드하스전자재료코리아를 통해 1998년부터 천안에서 반도체 회로기판용 소재부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앞으로 2년에 걸쳐 이곳에 포토레지스트 생산 시설을 설립한다.
EUV용 포토레지스트는 주로 일본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미국이나 유럽연합(EU) 기업으로 공급선을 다변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일본은 3개 규제 품목 중 포토레지스트에 대해 개별수출허가를 가장 먼저 내줬고 지난 해 12월에는 수출허가 방식도 개별허가에서 특정포괄허가로 완화해줬다. 한국으로의 수출 규제 조치가 자국 기업에도 타격을 주기 때문으로 보인다.
켐프 사장은 투자신고서를 제출하는 자리에서 “EUV용 포토레지스트 개발ㆍ생산을 위해 앞으로 한국 내 주요 수요 업체와 제품 실증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긴밀히 협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 장관은 “최근 일본 정부가 EUV용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특정포괄허가를 허용하는 등 일본 수출규제 조치를 해결하는 데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근본적인 해결방안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정부는 핵심 소재ㆍ부품ㆍ장비에 대한 기술경쟁력 확보와 공급선 다변화를 계속해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성 장관은 9일에는 실리콘밸리에서 한국 투자에 관심 있는 미국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한 라운드테이블을 주재했다. 행사에는 반도체, 자동차, 수소경제, 재생에너지, 정보기술(IT), 벤처캐피탈 분야의 기업 10개사가 참여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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