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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대폭 물갈이에도… 이상하리만큼 조용한 檢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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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대폭 물갈이에도… 이상하리만큼 조용한 檢내부

입력
2020.01.09 17:11
수정
2020.01.09 20:2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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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프로스’에 항의 글 잠잠… 조직적 불복종 역풍 우려한 듯

[20200108-7] 지난 8일 검찰의 대규모 인사를 앞두고 긴장감이 감도는 대검찰청 .왕태석 선임기자
[20200108-7] 지난 8일 검찰의 대규모 인사를 앞두고 긴장감이 감도는 대검찰청 .왕태석 선임기자

법무부가 검사장급 이상 간부 32명을 대거 물갈이하는 인사를 단행한 뒤에도 검찰 내부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산발적 반발이 이어졌지만 간부급 줄사표를 비롯한 공개적ㆍ조직적인 항의는 나오지 않았다. “검사들이 인사권에 조직적으로 불복종한다”는 식으로 해석될 경우 닥칠 역풍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인사 강행 이후 사퇴 의사를 표시한 검찰 간부는 없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박균택 법무연수원장, 김우현 수원고검장이 잇따라 사의를 표시하며 인사 이후에도 줄사퇴가 잇따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으나, 실제 검찰내부망 ‘이프로스’에도 공개적인 항의글이 빗발치지 않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보좌했다가 한직으로 좌천된 검사장들도 사표를 쓰지 않고 계속 직무를 수행하겠다는 의사를 주변에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내부적으로 검사들 사이에서는 이번 인사를 “정권을 상대로 한 수사를 방해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공개적으로 의견을 내면 실시간 공개되는 상황에서, 대놓고 게시판 등에 올리진 않고 있지만 굉장히 이례적인 인사였다는 얘기는 많다”고 전했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인사권 가진 사람과 부딪히면 검찰총장이 백전백패”라며 “진행 중인 정부 관련 수사는 주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단 반발을 하면 여권에 빌미만 줄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날 “인사명령에 대한 복종은 공직자의 기본적인 의무”라고 말한 것에 대해, 한 검찰 간부는 “공수처법 때도 검찰이 공개 반대한 적이 없는데‘검찰이 반대한다’는 식으로 몰아간 것처럼 ‘검찰 반발’ 프레임으로 끌고 가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수 검사들이 직접 의견을 내기보다 양측의 갈등을 관망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때에도 대놓고 표현은 않지만 반발하는 검사들이 많았다”며 “윤석열 사단이 검찰 내부적으로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일부 공개적인 비판도 없지는 않았다. 이날 박철완 부산고검 창원지부 검사는 이프로스에 “어제 발표된 고위직 인사는 그 과정과 내용 모두 낯설다”며 “수사 활동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뜻이 뚜렷하게 담긴 인사가 이뤄졌을 때, 그런 인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라며 동료들에게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검사장급 이상 대검 간부 전원이 물갈이되며 사실상 고립무원 상황을 맞은 윤 총장도 이날 눈에 띌 만한 행보를 보이지는 않았다. 윤 총장은 이날 아침 승용차에 탑승한 채 주차장 쪽 입구로 직행해 취재진과의 접촉을 피했다. 윤 총장은 전날 인사가 발표된 직후 대검 간부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모두 해야 할 일을 했다”며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당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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