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는 사진으로 말을 대체한다. 작품 감상에 누가 될까 말을 꺼내놓는 것도 극히 꺼린다. 인도 뭄바이의 기차역, 스페인의 작은 섬마을, 프랑스 교외 지역, 런던 올림픽 현장, 중국 허난성의 시골 마을, 서울 한복판 을지로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사진과 영상, 공공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천경우(51) 사진작가가 20여년 동안 꾹꾹 담아두었던 말을 책으로 펴냈다. ‘현대문학’에 연재한 글 25편을 250여장의 사진과 함께 한 권으로 묶은, 그의 첫 에세이다. 한 장의 사진이나 영상은 진폭이 큰 울림을 선사한다면, 책은 진한 울림 뒤에 오는 잔잔한 떨림을 독자에게 안긴다.
보이지 않는 말들
천경우 지음
현대문학 발행ㆍ352쪽ㆍ1만8,000원
예컨대 인도 뭄바이 기차역에서 ‘당신이 가진 물건 중에 버리고 싶거나, 타인에게 주고 싶은 물건을 꺼내 달라’고 사람들에게 요구할 때 작가는 쓰레기를 내밀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딸이 태어나 처음 신었던 분홍색 양말, 20년간 부적처럼 끼고 다니던 팔찌 등 가장 소중한 것을 내놨다. 작가는 “제 기능을 다한 물건들에서 새 물건보다 더한 생명력이 느껴지는 건 그 물건과 오랜 시간 함께해 온 누군가의 흔적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인다. 그의 사진처럼 글에서도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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