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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 전 회장이 지명한 ‘닛산 쿠데타’ 주역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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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 전 회장이 지명한 ‘닛산 쿠데타’ 주역은 누구?

입력
2020.01.09 11:03
수정
2020.01.0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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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 전 회장 “아베 총리가 관여했다고 생각 안해” 

 닛산 측 “곤 회견, 새로운 내용 없어” 평가절하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이 8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일본 도주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일본의 형사사법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베이루트=AP 연합뉴스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이 8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일본 도주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일본의 형사사법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베이루트=AP 연합뉴스

카를로스 곤 전 닛산ㆍ르노자동차 회장이 자신의 닛산ㆍ르노 합병 추진에 반발한 일본 경영진의 음모로 축출됐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쿠데타의 주역으로 지목 받은 사이카와 히로토(西川廣人) 전 닛산 사장은 9일 “(곤 전 회장의) 부정과 전혀 차원이 다른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곤 전 회장은 8일 레바논에서 도주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축출에 참여한 닛산 경영진의 실명을 거론했다. 이 중 한 명인 사이카와 전 사장은 NHK에 곤 전 회장의 회견에 대해 “그 정도라면 일본에서 얘기해도 될 내용으로 재판에서 유죄가 될 것이 두려워 도망친 게 아닌가”라며 “나로서는 배신당했다는 느낌이 강하다”라고 말했다. 2017년 이후 닛산의 경영 상황이 악화되면서 곤 전 회장(당시 회장)이 르노와의 합병을 추진하자 이에 두려움을 느낀 사이카와 전 사장 등이 ‘진주만 공격’이 연상될 정도로 기습적인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곤 전 회장의 주장에는 “전혀 그런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사이카와 전 사장은 2018년 11월 곤 전 회장의 검찰 체포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그의 비리 내용을 설명하면서 “곤 회장의 오랜 경영에 따른 부정적인 측면이 아닐 수 없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는 르노와의 경영 통합에 반대하며 닛산의 독립 유지를 주장해 왔다.

곤 전 회장이 실명을 거론한 인사는 사이카와 전 사장을 포함해 총 6명이다. 이 가운데 도요타 마사카즈(豊田正和) 닛산 사외이사는 경제산업성 관료 출신으로 2018년 6월 닛산 사외이사에 취임했다. 곤 전 회장의 실각 이후 닛산 내 거버넌스 개혁을 추진하고 현재 임원을 선택할 수 있는 지명위원회 위원장이다. 곤 전 회장은 도요타 사외이사에 대해 “닛산과 (일본 정부) 기관을 연결하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가와구치 히로시(川口均) 전 부사장은 닛산의 홍보를 담당해 왔으며, 곤 전 회장 체포 이후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을 만나 곤 전 회장 체포에 대해 보고하는 등 정부와의 창구라고 지지(時事)통신은 전했다.

이밖에 이마즈 히데토시(今津英敏) 전 부사장은 2014~2019년 닛산의 감사를 맡았다. 오누마 도시아키(大沼敏明) 전 비서실장과 하리 나다 전무이사는 곤 전 회장의 비위를 내부 고발해 검찰과 사법거래(플리바게닝)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곤 전 회장은 회견 전날인 7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닛산 내부 쿠데타의 배후에 일본 정부가 있으며 회견에서 정부 관계자의 실명을 밝히겠다고 했다. 그러나 회견에선 “레바논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해 일본 정부 관계자의 이름을 말하지 않겠다”고 수위를 조절했다. 일본 정부의 레바논 정부에 대한 신병 인도나 수사 협조 요청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한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관여했다는 증거 따위는 실제 갖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의 혐의에 대해 닛산과 일본 검찰의 공모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위에 있는 사람인 아베씨(아베 신조 총리)가 관여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은 전했다.

곤 전 회장의 폭탄선언 여부에 긴장했던 닛산 경영진은 다소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한 닛산 경영진은 아사히에 “새로운 내용이 없었다. 지금까지 대체로 나온 내용”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다른 닛산 관계자는 “자신은 잘못이 없고 주변 사람들이 잘못했다는 주장으로, 자신의 부정에 대해서는 일절 다루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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