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차기 CEO로 내정된 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 사장. KT 제공

KT 주가가 사상 최저로 곤두박질쳤다. KT 주식은 9일 2만6,050원으로 사상 최저가를 기록했다. 이는 KT가 민영화되며 2002년 5월 20일 상장된 이래 가장 낮은 가격이다.

KT 주가는 지난 6일 2만6,40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더니 8일 2만6,150원으로 이마저도 갈아치웠고 급기야 9일 사상 최저가까지 추락했다. 과거 KT의 신임 최고경영자(CEO) 내정 이후 나타났던 주가 움직임과 달라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차기 CEO 내정자에 대한 기대가 시장에 부응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증권가에서는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KT는 지난달 27일 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 사장을 차기 CEO 내정자로 발표했다. 구 사장은 남중수 전 사장 이후 12년 만에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내정된 CEO다.

그런데 주가 움직임이 이례적이다. 발표 당일 2만6,700원이었던 KT 주가는 지난 6일과 8일 연거푸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과거 KT 주가는 새로운 CEO가 내정되면 불확실성 해소와 변화에 대한 기대로 올라갔다. 2008년 이석채 전 회장이 내정됐을 때 KT 주가는 발표일인 12월 9일 3만3,650원을 기록했으며 열흘 지난 19일 3만9,400원까지 상승했다. 발표 당일보다 약 17% 상승했다. 당시 증권사들은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이 전 회장을 구원투수에 비유하며 ‘실패를 두려워 않는 도전정신을 호재’로 봤거나 ‘소신 있고 추진력 있는 업무스타일에 변화를 기대’했다.

황창규 회장 때도 마찬가지다. 황 회장이 내정된 2013년 12월 16일 3만550원이었던 KT 주가는 열흘 지난 26일 3만1,800원으로 약 4.1% 상승했다. 당시 증권사들은 지식경제부 연구개발전략 기획단장에서 CEO로 내정된 황 회장에 대해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성장시킨 경영능력’과 ‘비전 설정 및 추진력’ 등을 높이 평가했다. 반면 황 회장은 통신전문가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주가 상승폭이 이 전 회장 내정 때보다 크지 않았다.

KT 차기 CEO 내정 이후 주가 변동. 그래픽=강준구 기자

반면 구 사장의 경우 발표 당일과 8일 종가를 비교하면 약 2% 하락했다. 과거 전례와 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구 사장이 황 회장 밑에서 일한 내부 인사여서 KT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보고 있다. 구 사장이 인사위원회를 꾸리지 않고 황 회장과 협의해 인사를 결정하는 점도 우려의 이유다.

실제로 구 사장은 이전 CEO 내정자들이 꾸린 인수위원회를 만들지 않았다. KT 관계자는 “구 사장이 내부 사정을 잘 알아 인사위원회를 만들지 않고 소그룹 형태로 임원부터 사원까지 두루 만나 의견을 듣고 있다”며 “외부 인사의 경우 43개 계열사 현황 파악에만 수개월이 걸릴 수 있어 인수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7일께로 예상되는 인사 및 조직 개편도 현 CEO와 차기 CEO가 협의하는 특이한 형태로 이뤄진다. KT에 따르면 현 인사권자인 황 회장이 20일부터 열리는 다보스포럼에 참석하기 때문에 구 사장 의견을 들어 출국 전에 인사 및 조직개편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KT 관계자는 “인사 내용은 차기 CEO인 구 사장의 뜻이 반영되지만 발표는 현 인사권자인 황 회장이 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설(24일) 전에 발표할 것으로 보지만 다보스 포럼을 감안하면 17일에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KT의 주가 하락을 차기 CEO 문제로 해석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구 사장 내정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KT의 주가 하락은 배당락 문제가 크다”며 “내부 인사인 구 사장은 외부 인사들보다 KT 내부 사정을 잘 알아 당면 과제와 현안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점에서 최근 주가 하락은 차기 CEO 문제로 보기 어렵다”며 “주가와 CEO의 상관 관계를 보려면 4분기 실적 발표 이후 차기 CEO의 비전 제시를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통신서비스 전체의 주가 움직임이 차기 CEO에 대한 기대 효과를 상쇄했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증권의 최민하 연구위원은 “KT 뿐 아니라 다른 통신업체들도 주가가 빠지는 상황”이라며 “신임 CEO 내정 이후 주가가 기대만큼 오르지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차기 CEO 리스크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강조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KT의 차기 CEO 내정 이후 주가 변동]

내정자 발표일 주가10일 이후 주가발표일 대비 등락폭
이석채 3만3,650원(2008.12.9)3만9,400원(19일)17% 상승
황창규 3만550원(2013.12.16)3만1,800원(26일)4.1% 상승
구현모 2만6,700원(2019.12.27)2만6,150원(2020.1.8)2% 하락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