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명의 미군 인명 피해 없어”
“이란과 새로운 핵 합의 맺도록 국제사회 힘 합쳐야”
즉각적인 반격 보다 제재 초점.. 이란과의 협상 문도 열어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이란의 공격에 대해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추가적인 경제 제재 조치를 즉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군사력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며 즉각적인 군사 반격은 자제했고 “이란과 새로운 핵 합의를 맺어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단합을 촉구하며 이란과의 협상 문도 열어뒀다. 미국이 이란의 미군 기지 공격에 대한 보복 타격을 자제함에 따라 미국과 이란간 군사적 충돌이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28분께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단 한 명의 미국인 사상자가 없었다”며 “사전에 인원을 분산하고 조기경보 체제가 원활하게 작동한 덕분”이라며 이란의 공격에 따른 미군 피해가 없었던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란 공격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추가 경제 제재 부과를 강조해 당장 군사적 반격 보다는 경제 제재에 초점을 맞췄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란은 핵개발 야욕과 테러리즘 지원을 끝내야 한다”며 “영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 중국도 현실을 직시할 때다. 이란 핵합의(JCPOA) 유산에서 벗어나 새로운 핵 합의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사회가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압박해 새로운 핵 합의를 이끌어내자는 것이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중동 문제에 더 관여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중동 원유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는 미국의 경제력과 초음파 미사일 등 군사력을 과시한 뒤 “우리가 훌륭한 군대와 장비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사용해야만 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를 사용하고 싶지 않다”며 군사 옵션은 마지막 카드로 남겨뒀다. 그는 “이슬람국가(ISIS) 파괴는 이란에도 좋은 것이다”며 “우리는 이 문제와 다른 공유된 우선 사항을 두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이란과의 협력도 강조하면서 “이란이 밝은 미래를 갖기 원하며 미국은 이를 추구하는 모든 이들과 평화적 관계를 가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란 공격시 신속하고 불균형적인 반격을 예고했으나 실제 무력 행사시 이란의 보복이 꼬리를 물며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선에서 상황을 관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이란 공격에서 미군의 인명 피해가 없는 데다 이란과의 전면전 상황이 미국 경제에 대한 부담으로 대선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밤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모든 것이 괜찮다”며 “사상자와 피해에 대한 평가 작업이 진행중이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지금까지는 매우 좋다”며 “우리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단연코 가장 강력하고 가장 잘 갖춰진 군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 의원들도 즉각적인 반격 보다는 확전을 자제하면서 이란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날 이란의 공격을 “전쟁 행위”라고 비난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날 트위터에서 올린 글에선 “현 시점에서 복수를 위한 복수가 필요하지는 않다”며 “필요한 것은 간단하고 확고한 방식으로 이란에 대한 전략적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제력과 신중함에 감사한다”며 “우리는 슈퍼 파워로서 자제력을 실행할 역량이 있고 필요하다면 우리가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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