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8일(현지시간) 새벽 이라크 내 미군기지 2곳에 미사일 공격을 가하자 미국도 긴박하게 움직였다. 미국은 다만 즉각적인 보복 대응은 자제한 가운데 피해 상황을 평가하며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란의 공격이 알려진 건 미국 동부시간 7일 오후 6시30분께다. 이란 국영TV의 보도 직후 미 당국자가 이를 확인했고 스테퍼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도 오후 6시48분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브리핑을 받고 국가안보팀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백악관에 도착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날 워싱턴에는 많은 눈이 내려 관공서들이 일찍 문을 닫았지만 이란의 보복공격 소식에 국가안보 수뇌부가 백악관으로 속속 집결한 것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의회 지도자들에게 전화로 상황을 설명한 뒤 백악관 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긴급회의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고 백악관의 공식 성명도 나오지 않았다. 회의 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통해 “사상자와 피해자에 대한 평가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8일 오전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백악관에서 회의가 열리는 동안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밤 대국민 연설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지만 8일 오전 발표로 정리된 것이다. 백악관 회의 후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쿠르드 자치정부 총리와 통화해 이란의 미사일 공격 상황을 설명했고, 쿠르드 총리는 긴밀한 접촉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국무부가 밝혔다.
이란의 공격 이후 미국의 경계태세도 강화됐다. CNN은 “백악관 주변 검문소에서 소총을 든 비밀경호국(USSS) 직원들이 목격되는 등 백악관 경비가 증강됐다”고 전했다. 연방항공청(FAA)은 미국 민간항공사들이 이란ㆍ이라크와 오만만(灣), 페르시아만 영해 상공에서 운항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해운청(MARAD)도 “미국의 해양 이익에 반하는 이란의 행동 가능성이 있다”며 중동 인근의 선박에 경보를 발령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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