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 고발 김은희 코치 “인권문제에 당색 중요치 않아”
‘목발 탈북’ 지성호씨 “북한 인권문제 소홀했던 당 변화할 것”
더불어민주당의 ‘이남자’(20대 남성) 영입에 맞선 자유한국당의 선택은 ‘여성 표심’ 공략이었다.
갑질 논란의 주인공인 박찬주 전 육군대장 영입 시도로 홍역을 치른 한국당은 8일 ‘체육계 성폭력 폭로자 1호’인 김은희(29)씨를 영입해 반전에 나섰다. 한국당은 과거 여러 성추문 때문에 젠더 감수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성 지지율이 민주당에 비해 평균 10~20%포인트 떨어질 정도로 여성 유권자들에게 취약하다. 한국당은 이날 국회에서 영입인사 환영식을 갖고 김씨와 탈북자 출신 인권운동가 지성호(38)씨를 영입 인사로 발표했다.
김씨는 “피해자들의 침묵을 대신해 싸우겠다”며 “체육계 미투 1호인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좁은 체육계에서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침묵할 수밖에 없다”면서 “저의 용기로 더이상 그들이 숨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테니스 선수 출신인 김씨는 초등학교 시절 남성 코치에게 1년간 상습 성폭력을 당했지만 “말하면 보복하겠다”는 말에 치여 피해 사실을 숨겼다. 10여년이 지난 2016년 테니스대회에서 우연히 마주친 가해자가 체육지도자로 계속 활동 중인 것을 알게 돼 고소를 결심했다. 김씨의 법적 투쟁으로 스포츠계에 만연한 성폭력 실태가 까발려졌고, 쇼트트랙 선수인 심석희씨 등이 ‘미투 행렬’에 동참했다. 가해자는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10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김씨는 블로그를 개설해 성범죄 재판 정보를 공유하는 등 성폭력 피해자들의 조력자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당은 김씨 영입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김씨는 “한국당이라고 하면 인상부터 쓰던 제가 이 자리에 서기까지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다”며 “인권 문제에 있어서 당의 색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씨 영입을 성사시킨 염동열 인재영입위원장은 “처음 만나는 김씨와 자리가 조심스러워 아내와 함께 찾아 가 2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지성호씨는 어린 시절 ‘꽃제비’(거리를 떠도는 북한 아이들)였다. 14세 때 화물열차에서 석탄을 훔치려다 선로에 넘어져 팔과 다리를 잃었고, 2006년 가까스로 북한을 탈출했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섬뜩한 북한 정권에 대한 또 한 명의 목격자”라며 지씨를 소개해 주목 받았다. 연설 현장에서 지씨가 목발을 높이 들어 올린 채 기립박수를 받은 장면이 각국에 방송됐다.
북한 인권단체 ‘나우(NAUH)’ 대표인 지씨는 “최근 발생한 탈북자 아사 사건을 보며 매우 슬펐고 북한 어부 2명이 강제 북송되는 것을 보면서 인권활동가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 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 보았다”며 “한국당이 북한 인권과 관련해 일을 제대로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재 영입을 맡은 분들과 대화하면서 변화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4ㆍ15 총선 인재 영입은 지난해 10월 ‘박찬주 논란’ 여파로 두 달 넘게 개점휴업 중이었다. 황교안 대표는 8일 “2020년의 첫 번째 영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당은 2월까지 20~30명의 영입 인사를 추가 발표한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