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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입력
2020.01.08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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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지난 5일 제77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 '기생충'으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후 기자실에서 트로피를 들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이 지난 5일 제77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 '기생충'으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후 기자실에서 트로피를 들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1927년 1월 11일 미국 영화인 36명이 로스앤젤레스의 한 호텔에서 모였다. 당대 거물 제작자였던 루이스 메이어 MGM 대표가 할리우드를 대표할 조직을 만들자고 역설했다. 아카데미영화상을 주최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의 시작이었다. 학구적 느낌이 강한 아카데미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모임의 가장 큰 목표는 노사분규 해결이었다. 당시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노사분규를 큰 골칫거리로 여겼고, 영화계 이미지를 훼손한다고 생각했다.

□ AMPAS는 회원들을 위한 공식 행사가 매년 한 차례 연회로 족하다고 봤다. 하지만 곧 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포상 제도를 고민하게 됐다. 1929년 5월 16일 아카데미상 첫 시상식이 열렸다. 말이 시상식이지 지금처럼 화려한 이벤트는 아니었다. 영화인들이 저녁 식사를 하며 상을 주는 식이었다. 시상에 걸린 시간은 15분. 수상자(작) 명단은 석 달 전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1930년부터 라디오로 중계됐고, 1953년 처음 TV 전파를 탔다.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표현대로 ‘로컬’(지역) 영화상이지만, 할리우드 스타의 후광으로 세계적 행사가 됐다.

□ 한국 영화는 아카데미상과 인연이 없었다. 1962년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감독 신상옥)를 외국어영화상(올해부터 국제장편영화상) 부문에 출품한 이후 한 번도 최종 후보(5편)에조차 오른 적이 없다. 지난해 ‘버닝’이 예비 후보(10편)에 든 게 가장 좋은 성과였다. 2000년대 중흥기를 맞은 한국영화가 칸영화제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갈채를 받았지만 아카데미상만은 예외였다. 2017년 ‘아가씨’(감독 박찬욱)가 미국 언론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지만 영화진흥위원회 선정위원회가 출품작으로 뽑은 영화는 ‘밀정’(감독 김지운)이었다.

□ 회원 대다수가 백인 남성(2017년 기준 백인 89%, 남성 73%)인 AMPAS는 보수적이기로 유명하다. 낯선 나라 영화에 눈길을 쉬 주지 않았다. AMPAS는 최근 다양성을 내걸고 해외ᆞ여성 영화인을 회원으로 대거 받아들이고 있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이창동ㆍ박찬욱ㆍ봉준호 감독 등도 회원으로 아카데미상 선정 과정에서 한 표씩을 행사한다.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국제장편영화상뿐 아니라 작품상, 감독상 후보로까지 거론된다. 최종 후보는 13일 발표되고 시상식은 다음달 9일이다. AMPAS의 선택이 사뭇 궁금하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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