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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승소한 출판계 “불온서적 지정 국방부는 사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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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승소한 출판계 “불온서적 지정 국방부는 사과하라”

입력
2020.01.0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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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국방부가 지정했던 불온서적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8년 국방부가 지정했던 불온서적들. 한국일보 자료사진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 국방부는 사과하라.”

2008년 국방부로부터 불온서적으로 낙인 찍힌 출판사와 저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11년 만에 승소 이후 국방부를 향해 공식적인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입장을 8일 밝혔다.

이들은 별도 입장문을 통해 “국방부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학문 사상의 자유 및 출판의 자유를 억압하는 ‘불온서적 목록’ 작성을 앞으로 중단한 것을 선언하고, 저자와 출판사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명예를 훼손한 데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공권력이 자의적 잣대로 도서의 불온 여부를 판단하고 양서의 유통을 차단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독자들의 선택의 자유까지 훼손한 것”이라 지적했다. 지난 12월 27일 대법원은 소송을 낸 출판사와 저자들이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으로, 표현의 자유와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국가가 이들에게 손해 배상에 나서라고 판결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방부는 21개 출판사의 23개 서적에 대해 ‘북한 찬양’ ‘반정부 반미’ ‘반자본주의’ 등을 기준으로 불온서적으로 지정하고 군대 내에서 금서조치를 내렸다. 당시 지정된 블랙리스트에는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비롯해 소설가 현기영 씨의 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와 민속학자 주강현 씨의 ‘북한의 우리식 문화’, 노엄 촘스키의 ‘정복은 계속된다’ 등 베스트셀러와 대학 교양교재로 사용되는 책들이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소송에 참여한 출판사들은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면서도,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 자체에 대해선 면죄부를 줬다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23권 중 615 출판사가 발행한 3권(북한의 미사일 전략, 핵과 한반도, 북한의 경제발전전략 등)의 경우 여전히 불온서적 지정이 타당하다고 법원은 판결했다. 이에 대해 철수와영희 대표 박정훈씨는 통화에서 “남북 대치 상황의 불가피성을 강조했지만, 불온도서 지정과 반입 금지의 길을 터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 있는 판결이라 아쉽다”고 말했다.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양재의 최병모 변호사는 “국가에서 불온서적을 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임에 분명하다. 그런 측면에서 상고를 검토했지만, 나머지 서적들에 대한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이 부적절했다고 인정해준 만큼 일단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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