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출마는 사실상 기정사실’ 해석
민주당은 강릉ㆍ춘천 공천에 무게
강원 선거 캠페인 이끌거나 수도권 전략 공천 전망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21대 총선에 출마한다면 험지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을 최근 더불어민주당에 전달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지난달 30일 특별사면된 직후엔 “정치에 대해선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지만, 총선 출마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해석된다. 강원 출신으로 강원지역에서 재선 국회의원을 지낸 이 전 지사가 언급한 ‘험지’가 강원일 가능성은 낮다. ‘이 전 지사가 정치를 재개한다면 강원에 출마해 지역 선거를 지휘할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수도권 출마도 고려하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8일 “이 전 지사는 만약 출마한다면 어려운 지역에 나가는 게 맞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수도권보다 더한 험지에 나갈 생각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지사의 정치 재개 의지가 그 만큼 크다는 얘기다. 민주당의 한 의원도 “이 전 지사에게 이번 총선은 명예 회복의 좋은 기회”라고 했다. 이 전 지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2011년 형이 확정돼 피선거권을 박탈 당했다 이번에 복권됐다. 그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고통스러운 10년이 지났다”로 토로한 바 있다.
민주당은 현재로선 이 전 지사에게 강원 선거를 맡기는 방안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싣고 있다. 강원에서 민주당이 확보한 의석은 8석 가운데 1석(원주을ㆍ초선 송기헌 의원)에 그친다. 이에 강릉(권성동 의원ㆍ3선)이나 춘천(김진태 의원ㆍ재선) 등에 이 전 지사를 표적 공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 전 지사가 17ㆍ18대 의원을 지낸 태백ㆍ영월ㆍ평창ㆍ정선(염동열 의원ㆍ재선)도 민주당의 탈환 대상이다.
민주당은 춘천에서 이 전 지사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일찌감치 경쟁력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강원의 아들’로 불리는 이 전 지사가 강원에 출마하면 안정적으로 1석을 확보할 수 있다”며 “지역 선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지사가 강한 의지를 보일 경우, 민주당은 수도권 전략지역 공천을 비중 있게 검토할 것이다. 이 전 지사가 험지에서 생환한다면 ‘10년의 고통’을 씻고 거물급 정치인으로 부활하게 된다. 그와 가까운 민주당 의원은 “특별사면으로 이미 강원 민심은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라며 “이 전 지사를 수도권에 내보내 더 큰 정치를 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불출마하는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에서도 이 전 지사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뛰고 있는 지역이다.
민주당이 이 전 지사의 출마 지역을 신중히 고르는 것은 여권 대선주자의 명맥이 끊긴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여권 관계자는 “친노ㆍ친문 진영에서 내세울 간판이 사라졌다”며 “청와대가 이 전 지사를 특별사면한 것도 같은 의도 아니겠나”라고 했다. 지난 6일 3주간 미국ㆍ싱가포르ㆍ이스라엘ㆍ네덜란드 출장을 떠난 이 전 지사는 설 연휴에 귀국해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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