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100만명 나간 필리핀 ‘비상’… 유럽은 軍 철수 고민
아베는 중동 순방 취소, 푸틴은 시리아 전격 방문
중동지역에서 전운이 최고조에 달하자 각국은 자국민 보호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이란ㆍ이라크 8,000명을 포함해 중동 전체에 100만명이 나가 있는 필리핀은 즉각 소개령을 내렸고, 유럽 각국도 자국민의 출국과 주둔병력의 이동을 시작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에 따르면 이라크 주재 필리핀대사관은 경계 수위를 최고 위기상황인 4단계로 격상하고 이라크를 포함한 걸프지역에서 대피하라는 소개령을 내렸다. 중동 전체에는 약 100만명, 그 중 이란과 이라크에만 각각 1,600명, 6,000명의 필리핀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앞서 6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중동 상황이 악화할 경우 현지 노동자들을 대피시킬 계획을 마련하라고 군에 지시했다.
미국은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IRGC) 정예군(쿠드스군) 사령관을 공습한 직후 이라크에서 자국민 소개령을 발령했다. 바그다드 주재 미국대사관은 항공편 외에 육로를 통해서라도 즉시 이라크를 떠나라고 당부했고, 실제 석유산업 분야 노동자들이 바그다드를 빠져나갔다. 미국의 최우방인 영국도 이라크 주둔 병력의 일부를 자국민 이동과 대사관 보호 임무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네덜란드 외교부 역시 “바그다드 주변의 불안한 상황을 예측할 수 없으니 가능한 방법으로 출국하라”고 권고했다.
이라크 주둔 병력의 철수 움직임도 시작됐다.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파병했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회원국 중 독일은 이미 병력 130명 중 35명을 쿠웨이트ㆍ요르단 등에 재배치했다고 7일 밝혔다. 500명을 주둔시키고 있는 캐나다군의 조너던 밴스 합참의장은 이들의 가족에게 보낸 서한에서 “일부 병력을 쿠웨이트로 이동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은 이라크가 원할 경우 철군할 계획이며 이를 지원할 한시적인 추가파병도 검토하고 있다. 반면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각각 160명, 900명의 주둔 병력을 철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블리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상반된 행보가 눈길을 끌었다. 아베 총리는 오는 11~15일 예정된 사우디아라비아ㆍ아랍에미리트연합(UAE)ㆍ오만 등 중동국가 순방을 취소했다. 대신 해상자위대의 중동해역 파견은 예정대로 진행키로 함으로써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3년만에 시리아를 전격 방문함으로써 미ㆍ이란 갈등의 와중에 중동 내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드러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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