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문화상 북콘서트] <1> ‘3월 1일의 밤’ 권보드래 교수
“적대와 분열이 가득한 오늘날 한국사회를 보고 있으면, 지주와 소작인이 함께 손잡고 만세를 불렀던 3ㆍ1운동의 정신을 되새겨 보고 싶습니다.”
지난 7일 저녁 서울 교보문고 합정점의 강의실에 모인 사람들이 권보드래 고려대 교수의 강연에 고개를 끄덕였다. 100년 전 독립을 쟁취하고자 사회적 계층을 초월해 한마음 한뜻으로 목숨 걸고 거리에 나섰던 민족정신이 왜 오늘은 분열과 갈등으로 치닫게 된 것인지, 자성하는 몸짓이었다.
이날 강연은 제60회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은 저자들이 강사로 나서는 ‘북콘서트’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첫 강사인 권 교수는 학술 부분 수상작인 ‘3월 1일의 밤’의 저자다.
‘3월 1일의 밤’은 3ㆍ1운동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뒤집는 책이다. 강연에서 권 교수는 “소설가 채만식은 조선이 독립됐다고 (잘못) 생각해서 만세를 불렀고, 만세를 부른 사람들 중 일부는 ‘독립’이라는 말이 뭔지 모르는 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만세운동 주최 측 협박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만세를 부른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적어도 서울에서는 태극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권 교수가 당시 신문기사와 재판기록 등을 고증해 밝혀낸 것이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태극기를 흔들었을 것이라 생각했던 3ㆍ1운동에 대한 오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권 교수는 “세상에 잘못된 앎이란 없고, 다만 그중 일부를 아는 것”이란 프랑스 철학자의 말을 빌었다. 어쩌면 세상 모든 이해는 오해에 불과할지 모른다.
강연 뒤 청중석에서는 3ㆍ1운동을 세계사 속 보편적인 흐름으로 규정할지, 우리 민족의 특성으로 봐야 할지 궁금하다는 질문이 나왔다. 권 교수는 그런 특성이 섞여 있다고 답했다.
그는 “1910년대는 멕시코혁명, 신해혁명, 1차세계대전 등 굵직한 사건이 즐비한 시대였는데, 일제 치하의 민초들도 이런 시대와 ‘거대한 사슬’로 얽히면서 혁명과 전쟁 분위기와 공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3ㆍ1운동의 특수성은 큰 규모인데도 끈질기게 비폭력을 추구했다는 점인데 당시 민중들은 미래의 세계가 그럴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는, 일종의 예언자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3ㆍ1운동은 100주년을 계기로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기념비적인 해가 지나간 올해는 사회적 관심이 줄어들지 않을까. 권 교수는 “3ㆍ1운동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작지만 단단한 목소리가 되겠다”며 “저와 함께 공부할 사람이 한 명이라도 늘어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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