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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반려인 1,000만 시대… 자치구 ‘민원 양극화’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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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반려인 1,000만 시대… 자치구 ‘민원 양극화’ 골머리

입력
2020.01.09 04: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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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살 앓는 동물 정책… 부실 추진에 주민 갈등 늘어 

서울시가 운영하는 어린이대공원 내 반려 동물 놀이터 모습.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운영하는 어린이대공원 내 반려 동물 놀이터 모습. 서울시 제공

A구청은 지난해 반려동물 정책 전담팀을 따로 꾸렸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 1,000만명 시대에 접어들며 동물 복지에 대한 요구가 부쩍 늘어서다. 전담팀을 만들고 나니 상황은 급변했다. ‘동물보다 사람이 먼저다’는 일부 비반려인들의 반발로 사업 추진에 애를 먹고 있다. 전담팀에겐 ‘왜 길고양이 밥을 내 집 앞에서 주느냐’는 민원을 응대하는 게 주 업무가 됐다. 동물 복지에 대한 저항이 예상보다 거세지자 이 구청은 지난해부터 구상한 반려동물 놀이터 조성 계획을 새해 들어서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A구청 관계자는 “ ‘냄새난다’ ‘시끄럽다’는 비반려인의 선입견이 커 반려동물 놀이터 입지 선정 자체가 쉽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자치구들이 반려동물 복지를 둘러싼 양극화된 주민 반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반려동물과 공존에 대한 높아진 요구를 복지로 화답하려는 트렌드가 비반려인들의 반대에 부딪치면서 자치구 측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성동구가 최근 반려동물 전담팀을 신설하는 등 여러 자치구가 반려동물 복지를 주요 정책으로 들고 나왔지만 정작 수습에 애를 먹는 곳이 수두룩하다. 섣부른 구호로 전락한 부실한 정책추진 과정이 도마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깊은 골을 간과하고 사업 먼저 추진했다 반발에 부딪혀 동물 복지 사업을 취소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자치구가 반대 측 우려를 씻을 대책을 준비하지 않은 채 주민간 갈등만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동물 공존 도시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2022년까지 25개 자치구마다 한 곳씩 반려동물 놀이터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업은 곧바로 암초를 만났다. 강서구는 가양동 궁산근린공원에, 중랑구는 신내동 봉화산근린공원에 반려견 놀이터 건립을 추진했다 논란 끝에 포기했다. 반려동물 놀이터를 ‘혐오 시설’로 여기는 일부 주민의 반대에 부딪힌 탓이다. 노원구도 월계동 영축산근린공원에 반려동물 놀이터 조성을 지난해부터 추진중이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노원구 관계자는 “주민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에서 자치구가 운영하는 반려동물 놀이터는 한 곳(도봉구 초안산근린공원)밖에 없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인, 청년 문제 등 먼저 해결해야 할 심각한 복지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동물 복지란 새로운 개념을 즉각적으로 수행하면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며 “동물 복지는 주민과의 충분한 협의를 거친 뒤 점진적으로 정책을 펼쳐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반려동물 복지 시설 설립에 대한 반발을 비반려인들의 님비(Not In My Back YardㆍNIMBY)현상으로 볼 수만은 없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개 물림 사고로 병원에 이송된 환자가 매년 2,000명을 넘었다. 대부분이 반려동물에 목줄과 입마개를 제대로 하지 않아 벌어진 사고였다. 비반려인들에 ‘동물 공포’를 심어준 것은 일부 반려인들의 부주의였다.

자치구의 반려동물 관리 부실 탓도 크다. 반려동물 전담팀을 둔 B구청은 지난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반려인에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가 단 한 건에 불과했다. 자치구가 반려동물 안전 문제를 놓고 적극 대응하지 못해 놀이터 조성 사업에서도 반대 측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B구청 관계자는 “동물보호 감시원이 주로 하는 일은 계도”라며 “경찰이 출동해도 신분 확인을 안 해주는 사례는 기본이고 개를 안고 도망가는 반려인이 많아 단속이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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