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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ㆍ재벌 스타일로 이발도 하고… 근대호텔 체험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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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ㆍ재벌 스타일로 이발도 하고… 근대호텔 체험해보세요”

입력
2020.01.08 16:11
수정
2020.01.08 19:2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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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서울284 ‘호텔사회’ 기획전

문화역서울284의 귀빈예비실 ‘이발사회’에서 정철수 이발사가 손님 머리를 깎고 있다.
문화역서울284의 귀빈예비실 ‘이발사회’에서 정철수 이발사가 손님 머리를 깎고 있다.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조선호텔에서 20년, 신라호텔에서 6년, 힐튼호텔에서 4년 등 호텔에서만 40년의 세월을 보낸 55년 경력의 정철수 이발사가 화려한 가위질, 빗질을 선보였다.

정 이발사는 8일 문화역서울 284에서 개막한 기획전 ‘호텔사회’에 참여했다. 호텔사회 전시는 개항기 신문화 수용의 현장이었던 근대 호텔의 이모저모를 집중 조명하는 자리다.

호텔 문화의 핵심 중 하나는 이발소다. 머리 깎는 게 뭐 대단한 일인가 싶지만, 그게 그렇지 않다. 이 땅에서 이발소는 1895년 단발령 이후 활기를 띠었다. 남성이 머리를 매만진다는 것은 꽤 사치스러운 일이었을 뿐 아니라, 근대적인 행위이기도 했다는 뜻이다. 이후 이발소는 정ㆍ재계 고위급 인사들이 드나드는 남성 사교의 장이 됐다.

정 이발사만 해도 호텔에서 40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정일권 정원식 등 전직 국무총리는 물론, 이름 대면 알만한 재벌 회장 등 수많은 정ㆍ재계 인사들의 머리를 매만졌다. 일회성 만남도 아니다. 코오롱그룹의 경우 이원만 초대회장을 비롯, 집안 4대 모두가 정 이발사의 고객이었다. 관람객도 국무총리, 회장과 똑같은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온라인 예약으로 하루 5명, 무료로 손님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

호텔사회 전시의 포인트 중 하나는, 이 같은 체험이다. 뉴트로 열풍이 한창인 이 시대에 맞춰 이발소뿐 아니라 근대 초입의 다양한 호텔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해뒀다.

‘바 언더워터’에서 장경진 바텐더가 칵테일을 제조하고 있다.
‘바 언더워터’에서 장경진 바텐더가 칵테일을 제조하고 있다.

전시장에는 ‘바 언더 워터’도 있다. 실제 서울 연남동에서 바를 운영 중인 장경진 작가가 직접 칵테일을 만들어 대접한다. 모히토 한 잔에 정신이 혼미해졌다면 객실로 이동해보는 것도 좋다. 백현진 작가의 ‘낮잠용 대객실’은 푹신한 매트리스의 천국이다. 매트리스가 한가득인 곳에 들어가 아무데나 누워 낮잠까지 자고 일어나면 호텔의 모든 것을 누려봤다 할 수 있다.

‘낮잠용 대객실’에서 백현진 작가가 낮잠 자장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낮잠용 대객실’에서 백현진 작가가 낮잠 자장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참, 호텔이라면 ‘소문’도 빼놓을 수 없다. 전시장 한쪽 구석엔 ‘가상 시나리오’가 가득하다. 홍은주 김형재 작가가 호텔을 주제로 한 드라마 5편을 보고 호텔에 숨겨진 역사를 끄집어냈다. 김영삼 김종필 같은 정치인들 이름이 거론되면서 마음이 혹하는데, 실은 다 지어낸 이야기다. ‘야사’는 그렇게 탄생한다.

글ㆍ사진=이정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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