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진 서강대 교수 제언
오랫동안 세대연구에 주력한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Z세대의 부정적 현실인식에 대해 “이들을 둘러싼 사회, 학교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Z세대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사회구조적 환경 속에서 그렇게 자라온 것이란 얘기다.
전 교수는 “학교 행복도 조사에서 우리나라의 수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현격하게 떨어진다”며 “Z세대 절반은 중ㆍ고등학생인데, 이들에게 행복감을 묻는 것은 교도소나 군대에 있는 사람에게 행복하냐고 물어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방정환재단이 지난해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팀과 함께 조사한 결과도 일맥상통한다.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 7,454명 대상)의 ‘삶의 만족도’는 OECD 22개국 가운데 최하위에 그쳤다. 주관적 행복지수 표준점수도 22개국 중 20위에 불과했다.
전 교수는 “Z세대가 가지고 있는 불안감에 대한 수치도 선진국과 현격히 차이가 난다”며 “어릴 때부터 학교 끝나면 학원을 돌고 청년이 되면 시험과 취업에 전력투구를 해야 하는 사회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IMF 외환위기 사태를 겪은 X세대의 자녀들인 Z세대는 자연스럽게 ‘냉혹한 경쟁 원리’를 내제화했다. 이런 경쟁 의식이 교내 남녀 갈등으로 이어져 Z세대가 젠더 이슈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게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전 교수는 “학교에서는 과학과 수학까지 남학생을 압도하는 여학생이라도 미래를 보면 ‘유리천장’이 너무 강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며 “반면 남자 아이들은 추락의 공포를 겪으면서 ‘마초화’ ‘일베화’ ‘우경화’ 되는 또래문화가 형성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Z세대를 대하는 기성세대들은 “나 때는 말야” 식의 훈계를 하지만 정작 이들은 거기에 공감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기성세대는 ‘젊은 애들은 이기적’이란 고정관념을 쌓고, ‘세대론’에서 답을 찾는다는 게 전 교수의 견해다.
현상의 배경이 구조에 있는 만큼 문제 인식과 해결도 사회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더 큰 틀에서는 Z세대의 문제가 곧 우리 사회의 문제다.
전 교수는 “젊은 사람을 국회의원 시킨다고 꼭 젊은 정치를 한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처럼 나이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라며 “결국 세대와 관련이 없는 현실에 대한 분석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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