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말을 거는 집입니다.”
7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 전시회 ‘CES 2020’에서 만난 한국 중견기업 코맥스의 변우석 사장은 이번 전시회에서 보여주고 싶은 ‘집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이용자가 명령 내리기 전에 필요한 일을 찾아 스스로 수행하는 스마트홈을 강조한 설명이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코맥스 전시공간은 최첨단 스마트홈 기기들로 꾸며졌다. 얼굴 등 생체정보 인식으로 출입문을 개방하거나 비상상황 시 경비실에 연결되는 ‘바이오 로비폰’은 코맥스의 대표 상품으로 방문객을 맞이했다. 몸짓이나 음성을 분석해 조명과 블라인드 등을 제어하는 ‘월패드’도 부스 내 자리했다. 평소 거울로 사용되지만 외부 침입 시엔 폐쇄회로(CC)TV 화면을 보여주는 ‘스마트 미러’ 역시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1968년 ‘1세대 인터폰’ 제조사로 출발한 코맥스는 기술 발달에 발맞춰 빠르게 스마트홈 플랫폼 제공자로 전환해 성공한 기업이다. 1998년 ‘비디오폰’으로 CES 첫 데뷔 후 스마트홈 기술력을 축적한 이후 20년 만인 2018년부터 CES에 꾸준하게 참가했다. 이젠 삼성전자나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도 진행하면서 견실한 스마트홈 기술 기업으로 자리매김 했다.
변 사장은 “옛날엔 인터폰이었지만 이젠 집 주인과 대화하는 월패드로 진화하고 있다”며 “집 온도가 올라가면 ‘에어컨 켤까요?’, 택배 도착 정보를 인식하면 ‘택배 찾아오셨어요?’라고 묻는 식으로 나에게 말을 거는 집이 바로 ‘AI 홈’이며 CES에서 이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맥스 AI 홈 플랫폼의 강점은 개방성이다. 아마존의 ‘알렉사’,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 삼성의 ‘빅스비’ 등 글로벌 기업들의 음성인식 서비스뿐 아니라 카카오, SK텔레콤, KT 등 국내 기업들의 서비스와도 모두 연동된다. 올해 전시 공간엔 스마트폰을 올려놓기만 하면 무선충전 되면서 메뉴 주문 등도 가능한 ‘스마트 오더 기술’, 8K 가상현실(VR) 콘텐츠 구현 엔진 등 유망한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들의 제품 및 서비스도 함께 선보이면서 이목을 끌었다.
변 사장은 “다양한 콘텐츠를 추가해 스마트홈 생태계를 넓히려고 노력 중”이라며 “올해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무료 클라우드 지원 프로젝트에도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CES는 글로벌 전자·정보기술(IT) 기업의 축제로 각인돼 있지만 탄탄한 기술력을 가진 우수 중견·중소 기업에겐 판로 확대의 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코맥스 역시 CES 참가를 계기로 캐나다 등 시행사 17개사와 계약, 빌딩 32곳에 코맥스 플랫폼이 들어서는 등 북미 시장 진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코맥스 외에도 웅진코웨이는 사계절 의류청정기로 CES 2020 혁신상을 수상했고, CES에 처음 참가한 휴테크산업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음파진동 마사지 기술을 적용한 안마의자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올해 CES 참가 한국기업은 390개로 이 중 중견·중소기업이 184곳, 스타트업이 200곳에 달한다.
라스베이거스(미국)=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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