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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까톡] ‘99억의 여자’, 매력 실종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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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까톡] ‘99억의 여자’, 매력 실종 사태

입력
2020.01.09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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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억의 여자’가 매력 실종 사태에 봉착했다. KBS 제공
‘99억의 여자’가 매력 실종 사태에 봉착했다. KBS 제공

매력도 없고, 흡입력도 없다. 그렇다고 스토리에 공감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99억의 여자’가 매력 실종 사태에 봉착했다.

KBS2 수목드라마 ‘99억의 여자’는 지난 해 12월 4일 출발을 알렸다. 지난 해 역대급 흥행에 성공하며 큰 사랑을 받았던 화제작 ‘동백꽃 필 무렵’(이하 ‘동백꽃’)의 후속작이었던 ‘99억의 여자’는 영화 ‘기생충’으로 2019년 영화계 ‘여왕’으로 주목 받은 조여정이 주연으로 나서며 큰 관심 속 첫 방송을 시작했다.

‘동백꽃’으로 특수를 톡톡히 누린 KBS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집중된 이목은 첫 방송 시청률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99억의 여자’는 첫 방송 당시 7.2%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동백꽃’이 20%대 시청률을 기록했던 것에 비해서는 절반 넘게 낮아졌지만, 첫 출발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지난 2일 방송된 20회 기준 ‘99억의 여자’의 시청률은 9.1%다. 자체 최고 시청률은 10%를 돌파하기도 했다. 나쁘진 않은 성적이지만 기대에 부응하는 성적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작품을 향한 시청자들의 혹평이다.

지난 달 첫 방송 당시 ‘99억의 여자’는 파격적인 소재들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불륜, 가정폭력, 살인방조, 현금탈취 등의 이야기들이 단 1회 만에 숨 가쁘게 전개됐다. 다소 자극적이라는 지적은 있었을지언정 적어도 ‘지지부진한 전개’ ‘맥락 없는 스토리’라는 혹평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첫 방송 이후 작품의 이야기가 가진 매력이 수직 하락했다는 점이었다.

먼저, 이 같은 사태가 도래한 가장 큰 이유는 주인공인 정서연(조여정)의 매력 상실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99억의 여자’는 남편의 가정 폭력에서 삶의 희망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던 여자 정서연이 어느날 우연히 현찰 99억을 손에 쥔 뒤 일어나는 일을 그리는 작품이다.

앞서 사이코패스 남편 홍인표(정웅인)에게 심각한 수위의 폭행을 당하며 지옥 같은 삶을 살아오던 정서연의 삶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99억을 발견한 이후 정서연의 드라마틱한 인생 변화를 기원했지만, 정작 20회가 될 때 까지 정서연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돈을 발견하기 전보다 더욱 답답한 삶을 살며 시청자들의 답답함 역시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불어 돈을 이용해 아무 상황도 바뀌지 않았음에도 지속적으로 돈에 대한 욕망만을 표출하고 있는 정서연의 설정은 시청자들에게 반감까지 사고 있다.

또한 주인공으로서 극의 전개를 이끌어가야 할 정서연의 주체성이 상실됐다는 점 역시 작품의 문제다. 극 초반 99억을 손에 넣은 뒤 우물 속에 있던 돈을 옮긴 이후, 정서연이 극 중에서 주체적으로 해결해 낸 일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늘 중심 사건을 파헤치는 역할은 남자 주인공인 강태우(김강우)에게 쏠려 있으며, 그나마 주체적으로 일을 해결하다가도 결국 ‘중요한 한 방’은 주변 인물인 이지훈(이재훈) 등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는 것이 극의 루틴이다. 여기에 맥락상 굳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의 과도한 학대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아찔함’을 선사하고 있는 정웅인(홍인표 역)과의 연기는 그야말로 아연실색을 불러일으킨 포인트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극 중 자신의 돈을 찾아오겠다는 욕망에 사로잡힌 정서연이 자신을 학대한 홍인표와 손을 잡기에 이르렀으니 시청자들은 ‘도대체 어느 지점에서 공감을 느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여기에 갑작스럽게 등장한 정서연과 백승재(정성일)이 이복 남매라는 뜬금없는 ‘출생의 비밀’, 검은 돈 100억의 비밀 설계자가 윤희주(오나라)였다는 황당 반전, 일반인이라기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현실성 떨어지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홍인표의 활약(?)까지 도무지 공감도, 이해도 불가능한 ‘산으로 가는’ 스토리는 작품을 첩첩산중으로 이끌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지난 해 연말 ‘KBS 연기대상’에서 조여정은 ‘99억의 여자’로 여자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다. 당시 드라마는 갓 16회 방송을 지나며 반환점을 돈 상황이었다. ‘단 하나의 사랑’의 신혜선과 공동 수상을 했던 조여정의 수상에 일각에서는 “현재 드라마가 방송 중인 상황에서 최우수 연기상 시상은 너무 성급한 결정이 아니었냐”는 지적도 전해졌다. 글쎄, ‘99억의 여자’ 속 계속해서 매력을 잃어가고 있는 정서연을 그나마 살려내고 있는 것이 조여정의 연기력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의 수상이 설득력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작품을 향한 혹평을 감안할 땐 쉽게 공감을 사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배우의 수상 의미까지 퇴색시켜버리는 작품이라니, 이쯤 되면 ‘배우들의 호연이 아까울’ 정도다. 매력도, 설득력도 잃어버린 상황 속 아직 ‘99억의 여자’는 종영까지 12회 분량이나 남겨둔 상태다. 부디 이들이 남은 시간을 통해 지금까지의 오명을 딛고 ‘유종의 미’라도 거둘 수 있길 바라본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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