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일가를 제외한 한진칼의 단일 주주로는 3번째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반도건설이 최근 지분을 더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은 “앞으로 더 살 수도 있다”고 말해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에서 가장 중요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권 회장은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故) 조양호 회장과의 친분을 고려해 투자 목적으로 한진칼 주식을 사 왔다”며 “주식이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 필요하다면 더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도건설은 지난해 11월 말 공시 기준으로 한진칼 지분 6.28%를 보유해 KCGI(그레이스 홀딩스ㆍ17.29%), 델타항공(10%)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투자은행(IB)업계는 반도건설의 한진칼 지분율이 8~9%대까지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KCGI 역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선친의 유훈과 달리 독자적으로 경영하고 있다”고 비판한 지난해 12월 23일, 한진칼 지분이 17.29%라고 공시했다. 이는 기존 15.98%에서 1.31%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오너 일가를 제외한 주주들 사이에서 한진칼 지분 늘리기 경쟁이 가속화한 모양새로, 3월 한진칼 주주총회까지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물밑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권 회장은 한진칼 주식 매입 의도를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3월 주총과 관련 “아직 경영권 참여 여부에 대해선 말할 단계가 아니다”면서 “주총 전까지 주요 주주로부터 의견을 들어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3월 주총에서는 확실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권 회장은 또 “한진칼의 주총이 끝나면 경영은 안정되고 기업가치는 더 오를 것”이라며 3월 주총 이후에도 지분을 더 사들일 뜻을 내비쳤다.
한진칼의 단일 최대주주인 KCGI는 ‘재무구조 개선’을 압박하고 나섰다. 신민석 KCGI 부대표는 7일 유튜브 채널 ‘KCGI TV’를 통해 “2019년 3분기말 대한항공 부채비율을 861%로 코스피200 상장사 중 1위”라며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경영진은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지난해 2월 한진그룹이 발표한 ‘한진그룹 비전 2030’을 두고 “당시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고 국내 호텔 사업의 효율성을 높여 부채비율을 395%까지 낮추고, 신용등급을 A+로 높이겠다고 했지만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한진칼을 제외한 한진그룹주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대한항공 주식 지분을 기존 9.90%에서 11.36%로 늘렸다고 7일 공시했다. 또 지난해 12월 24일 기준으로 한진 지분이 기준 7.54%에서 9.62%로 늘었다고 공시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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