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치료 환자 21명으로 늘어
美, 우한 여행경보 1단계 발령
홍콩에서 폐렴 의심 증세 여성이 10시간 동안 버젓이 거리를 활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원인 모를 폐렴이 발생한 이후 직격탄을 맞은 홍콩이 허술한 방역으로 도마에 올랐다.
7일 홍콩 명보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5일 중국 본토에서 건너온 여성이 발열 등의 증상을 호소해 병원에 입원했다. 검사 결과 왼쪽 폐에 음영이 발견됐지만, 이 여성은 “호텔에 어린 딸을 두고 왔다”며 퇴원해 사라졌고 이후 연락이 닿지 않았다. 병원 측은 “우한에서 발생한 폐렴이 아직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되지 않아 여성을 잡아둘 수 없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우한을 다녀온 홍콩 중문대 여학생도 발열로 진찰을 받았다. 의료진은 격리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지만, 그는 병원을 나와 다른 병원에 입원하기까지 홍콩 번화가를 10시간 동안 돌아다녔다. 그 사이 홍콩에서는 발열과 호흡 곤란 등 폐렴 의심 증상을 보여 격리치료를 받은 환자가 21명으로 늘었다. 이 중 중문대 출신 학생이 3명이나 포함돼 있다. 홍콩 곳곳에서는 호흡기 감염을 차단하려 수술용 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홍콩 당국은 부랴부랴 조례를 개정해 이번처럼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되지 않은 경우에도 신고와 격리 치료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7일 “21명의 의심 환자 중 우한 폐렴과 관련 있는 사례는 발견하지 못했다”며 “방역 활동을 전면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우한을 상대로 여행경보 1단계를 발령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6일(현지시간) “이번 감염의 원인이 불명확하고 어떻게 전파되는지도 아직 확신할 수 없지만 상황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며 “우한을 찾는 경우 살아있는 동물이나 사체에 접근하지 말고 환자와도 접촉을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CDC의 이번 조치는 3단계 가운데 첫 단계인 주의(Watch)로 “통상적 수준의 가능한 모든 예방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우한 방문을 포기할 필요는 없지만, 대신 감염을 피하려면 각별히 유의하라는 것이다.
이와 달리 WHO는 전날 “아직은 중국에 대한 여행이나 무역 제한을 권고할 필요가 없다”며 주시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WHO 조사팀은 지난달 30일 폐렴 발생 발표 직후 우한 현지로 급파돼 중국 당국과 합동으로 발병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 한국도 “WHO의 방침을 준용한다”며 여행경보 발령에는 소극적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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