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불화로 경질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 정국의 ‘폭탄’으로 떠올랐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전말을 알고 있을 개연성이 높은 그가 자발적으로 증언대에 서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나면서 미군의 이란 2인자 공습에 밀려났던 탄핵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볼턴 전 보좌관은 6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상원이 소환장을 발부한다면 나는 증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탄핵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미국 시민이자 전직 국가안보보좌관으로서 의무를 다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하원의 출석 요청에 법원의 판단을 요구했던 것과 확연하게 달라진 자신의 입장을 해명한 것이다. 그는 상원이 탄핵심리를 마치기 전에 사법부의 해석이 나오기 어렵고 자신의 증언이 쟁점이 되는 상황 등을 두루 고려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볼턴 전 보좌관의 증언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악재가 될 공산이 크다. 지난해 9월 경질되기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일한 그는 우크라이나 원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백악관 회의에도 직접 참석할 만큼 사안을 가까이서 본 목격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원조를 정적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수사 압박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를 ‘마약 거래’라고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볼턴 전 보좌관의 변호사인 찰스 쿠퍼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회의와 대화에 대해 그가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의 증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줄곧 증인 소환을 요구했던 민주당은 공화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공화당이 (볼턴 전 보좌관을 포함한) 4명의 증인과 서류 소환장 발부를 반대한다면 (공화당이) 은폐에 가담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당내 의원들에게는 증인 소환 투표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그간 하원에서 채택되지 않은 추가 증인 등을 거부하며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넘어오면 곧바로 표결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볼턴 전 보좌관의 증언이라는 돌발변수가 생겼지만 공화당이 기존 전략을 바꿀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정치 전문매체 더힐은 “볼턴 전 보좌관의 입장 표명과 무관하게 공화당은 탄핵심판 규칙 제정 결의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실적으로 공화당이 반대할 경우 볼턴 전 보좌관에 대한 소환장 발부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민주당과 무소속 전원(47석)을 합쳐도 과반에 모자라기 때문이다. 다만 공화당 내 유일한 온건파인 밋 롬니 상원의원은 “볼턴 전 보좌관이 알고 있는 것들을 들어보기 바란다”고 밝혔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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