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다 대화 내용 ‘비공개’… 법무부, 8일 검찰인사위 개최 예정
대규모 검찰 물갈이 인사가 임박한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약 35분간 얼굴을 맞댔다. 참모들을 대동하긴 했지만 예상보다 길어진 회동이라 대화 내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은 7일 오후 4시쯤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 장관 집무실에서 상견례를 가졌다. 당초 10여분으로 예상됐던 면담은 약 35분간 이어졌고 김오수 법무부 차관과 강남일 대검찰청 차장검사 등이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법무부와 검찰이 취임 인사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검찰 인사를 두고 양측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 때문에 법무부 청사 앞에는 6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하지만 면담이 끝난 뒤 윤 총장은 “인사와 관련해 논의했나” 등 취재진 질문에 입도 떼지 않고 청사를 떠났다. 추 장관 역시 입을 열지 않았다.
법무부와 검찰은 일단 인사 관련 대화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면담이 끝난 뒤 “장관 취임에 따른 통상적 예방이었고, 새해인사를 비롯해 덕담 및 환담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장관은 검찰개혁 입법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했고, 총장은 적극 공감하며 장관 재임 중에 검찰개혁이 완수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인사 관련 논의는 추후 일정을 따로 잡겠다는 게 양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대화가 30분을 넘기면서 ‘어떤 형태로든 인사 얘기가 오갔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추 장관과 윤 총장 사이에 신경전이 오갔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앞서 추 장관이 검찰 인사에 대해 “협의가 아니고, 법률상 검찰총장 의견을 듣는다고 알고 있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 이미 상당한 불만이 불거진 상태다. 대검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마련된 관련 법의 입법 취지에 따라 단순히 의견을 듣는 것이 아닌 실질적인 협의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측 설명대로 검찰 인사를 논의하는 별도 자리가 마련되더라도 신경전이 이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인사를 코앞에 두고 갖은 설이 돌고 있지만 윤 총장이 법무부를 통해 전달받은 인사 관련 내용은 전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검은 ‘업무 연속성을 위해 주요 수사팀과 대검찰청 지휘부를 유지해달라’는 내용의 의견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인사 문제로 장관과 총장의 갈등이 표면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면담 방식을 두고도 추 장관과 윤 총장의 힘겨루기로 보는 시각이 많다. 장관과 총장의 상견례는 통상 비공개로 진행돼 왔지만, 법무부는 전날 기자들에게 “외청장 및 산하기관장이 법무부로 예방 예정”이라고 일정을 공개했다. 윤 총장을 이례적으로 ‘외청장’이라 칭한 데다, 별도로 잡은 면담 일정이 아니라 법률구조공단 등 법무부의 산하기관장들의 순차적 예방 형식을 취했다. 검찰 내부에선 “검찰이 법무부의 여러 산하기관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추 장관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편 법무부는 8일 검찰인사위원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의 윤곽은 이미 나왔다는 의미다. 인사위가 열리면 늦어도 이번 주 안에 고위간부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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