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주의’가 소비시장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채식주의자는 물론이고 동물성 원료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이들까지 일컫는 비건(vegan)이 늘어나면서 관련 상품 판매가 무시 못할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비건주의는 식습관 개선은 물론이고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윤리적 소비로 평가받으며 명분까지 갖춘 소비주체로 성장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가 200만명에 육박하면서 온라인몰에선 콩고기 등 ‘비건 식품’의 판매가 급등하고 대형 유통업체에선 자체적으로 ‘비건 인증 식품’을 출시하는 등 비건주의가 어엿한 식문화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화장품ㆍ패션 시장에서도 동물 실험 없고 모피를 사용하지 않는 상품이 젊은 소비층에게 어필하며 급부상 중이다.
◇콩고기ㆍ채식카레 등 불티
이날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비건 식품의 판매율은 전년 동기 대비 40%가량 증가했다. 품목별로 보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운 콩고기 판매가 60% 급증했고, 콩고기를 이용한 ‘콩까스’나 ‘콩불고기’ 등으로 만든 다짐육 매출도 같은 기간 3배 신장했다. 가공식품 중엔 ‘채식 카레’ 판매가 2배 이상(117%) 늘었고 ‘채식 라면’도 12% 더 팔렸다. 채식 조미료 및 양념 판매는 25%, 콩고기로 만든 채식포 등 안주류는 23% 각각 늘었다.
G마켓 측은 “채식주의와 관련한 이슈가 꾸준히 대두되고 채식인구도 늘면서 관련 식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엄격하진 않더라도 채식 섭취를 늘리려는 이들도 많아져 관련 시장의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아예 비건 인증 식품을 출시했다. 식초와 계란노른자, 오일을 주재료로 쓰는 마요네즈가 아닌 순식물성 원료(대두)만을 사용한 자체브랜드(PB) 상품 ‘해빗 건강한 마요’가 대표적이다. 이연주 롯데마트 PB팀 연구원은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PB상품 최초로 ‘한국 비건인증원’에서 비건 인증을 받은 상품”이라며 “비건 상품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다양한 식물성 대체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장품ㆍ패션업계도 ‘비건 바람’
동물성 원료를 배제하고 높은 품질을 구현하는 비건 화장품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2017년 비건 화장품으로 출시돼 ‘올리브영’ ‘시코르’ 등 편집숍에서 주로 팔리는 ‘디어달리아’는 이듬해 분기마다 50%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고 지난해엔 전년의 2배에 가까운 급격한 매출 성장률(99.2%)을 기록했다. 화장품브랜드 ‘어퓨’도 지난해 3월 비건 화장품 ‘맑은 솔싹 라인’으로 로션, 크림 등 6개 품목을 출시했는데 반응이 좋아 미스트, 립밤, 립마스크 등 3종을 추가 생산하고 있다. 2004년 출시된 스킨과 헤어 및 반려동물 제품의 비건 뷰티브랜드 ‘아로마티카’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강혜미 아로마티카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 매니저는 “최근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브랜드 철학이나 윤리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건 뷰티시장에 대한 수요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패션업체들은 윤리적 소비와 친환경 소재 제품을 연계해 20~30대 젊은 소비층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탈리아의 ‘아르마니’ ‘구찌’ ‘베르사체’, 영국의 ‘버버리’ 등은 일찌감치 전 생산 제품에 모피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프라다’도 2020년 봄여름 여성복 컬렉션부터 이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패딩 제품에 친환경 충전재를 사용하고 있다. ‘노스페이스’는 자체 개발한 친환경 인공 충전재를, ‘블랙야크’는 살아있는 동물의 털이 아닌 윤리적 방법으로 채취해 ‘책임다운기준(RDS)’ 인증을 받은 털을 쓴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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