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 뉴스(Burning News)라는 표현은 원래 핫한 뉴스, 중요한 뉴스를 지칭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정보 과잉의 시대인 오늘날, 사람들에게 뉴스는 더 이상 핫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하기야 미국과 이란이 맞붙고, 이 불똥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관심이 들끓는 이 시점에도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를 점령하고 있는 건 연예인들 이야기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이미 10년은 넘은 일이다.
다음달 2일까지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리는 팀 파르치코브의 ‘버닝 뉴스와 비현실의 베니스(Burning News & Unreal Venice)’전은 이 지점을 푹 찌른다.
그래서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신문을 들고 있고, 그 신문이 불타고 있다. 신문에 빠져들수록 “불꽃이 얼굴을 향해 다가온다는 사실도 잊어버린 채 의식을 태움”당한다. 동시에 이 인물들의 배경은 하나 같이 눈밭이다. 엄청나게 뜨겁다지만 이 불꽃, 금방 진압될 불꽃이다. 작가는 “과잉 자극에 마취된 나머지, 사람들은 그렇게 중요하다는 1면 기사조차 한 번 읽고 금방 잊어버린다”고 말했다.
‘버닝 뉴스가 곧 중요한 뉴스’라는 기존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다. 작가는 지금을 “전통 매체의 영향력이 점점 줄어드는 전환의 시대”라 진단하면서 “무엇이 좋거나 나쁘다기보다는 좋은 질문을 하나 던져 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주목할 지점은 파르치코프가 러시아와 프랑스를 오가며 작품활동을 하는 러시아 작가라는 점. 뜨거웠던 20세기, 러시아 혁명을 이끌었던 블라디미르 레닌이 창간했던 신문 이름이 바로 ‘이스크라(Iskra)’, 곧 불꽃이었다. 그 혁명의 불꽃이 사라진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 21세기 블라디미르 푸틴 시대의 뉴스란 과연 무엇인가라고 되묻게 한다.
함께 전시된 ‘비현실의 베니스’ 시리즈는 이런 문제 의식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고스란히 보존된 옛 집들이 좋다며 사진을 찍어대지만, 정작 관광지로 냉동된 현지 주민들을 고통 속에 살아간다. 오죽했으면 주민들이 이제 그만 좀 찾아오라 호소했을까. 관광지 베니스가 진짜인가, 아니면 거주지 베니스가 진짜인가.
이정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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