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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신문, 의식을 태움 당하는 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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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신문, 의식을 태움 당하는 독자들

입력
2020.01.08 14:30
수정
2020.01.08 19:2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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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작품 ‘버닝 뉴스’ 앞에 선 팀 파르치코브. 공근혜갤러리 제공
자신의 작품 ‘버닝 뉴스’ 앞에 선 팀 파르치코브. 공근혜갤러리 제공

“버닝 뉴스(Burning News)라는 표현은 원래 핫한 뉴스, 중요한 뉴스를 지칭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정보 과잉의 시대인 오늘날, 사람들에게 뉴스는 더 이상 핫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하기야 미국과 이란이 맞붙고, 이 불똥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관심이 들끓는 이 시점에도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를 점령하고 있는 건 연예인들 이야기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이미 10년은 넘은 일이다.

다음달 2일까지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리는 팀 파르치코브의 ‘버닝 뉴스와 비현실의 베니스(Burning News & Unreal Venice)’전은 이 지점을 푹 찌른다.

그래서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신문을 들고 있고, 그 신문이 불타고 있다. 신문에 빠져들수록 “불꽃이 얼굴을 향해 다가온다는 사실도 잊어버린 채 의식을 태움”당한다. 동시에 이 인물들의 배경은 하나 같이 눈밭이다. 엄청나게 뜨겁다지만 이 불꽃, 금방 진압될 불꽃이다. 작가는 “과잉 자극에 마취된 나머지, 사람들은 그렇게 중요하다는 1면 기사조차 한 번 읽고 금방 잊어버린다”고 말했다.

‘버닝 뉴스가 곧 중요한 뉴스’라는 기존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다. 작가는 지금을 “전통 매체의 영향력이 점점 줄어드는 전환의 시대”라 진단하면서 “무엇이 좋거나 나쁘다기보다는 좋은 질문을 하나 던져 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팀 파르치코브. ‘Burning News’. 공근혜갤러리 제공
팀 파르치코브. ‘Burning News’. 공근혜갤러리 제공

주목할 지점은 파르치코프가 러시아와 프랑스를 오가며 작품활동을 하는 러시아 작가라는 점. 뜨거웠던 20세기, 러시아 혁명을 이끌었던 블라디미르 레닌이 창간했던 신문 이름이 바로 ‘이스크라(Iskra)’, 곧 불꽃이었다. 그 혁명의 불꽃이 사라진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 21세기 블라디미르 푸틴 시대의 뉴스란 과연 무엇인가라고 되묻게 한다.

팀 파르치코브. 'Unreal Venice'. 2011
팀 파르치코브. 'Unreal Venice'. 2011

함께 전시된 ‘비현실의 베니스’ 시리즈는 이런 문제 의식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고스란히 보존된 옛 집들이 좋다며 사진을 찍어대지만, 정작 관광지로 냉동된 현지 주민들을 고통 속에 살아간다. 오죽했으면 주민들이 이제 그만 좀 찾아오라 호소했을까. 관광지 베니스가 진짜인가, 아니면 거주지 베니스가 진짜인가.

팀 파르치코브. 'Unreal Venice'. 2011
팀 파르치코브. 'Unreal Venice'. 2011

이정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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