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청약시스템, 금융결재원서 감정원으로 내달 1일 이관
국회 대치로 개정안 처리 지연..자칫 청약업무 마비 상황 올수도
단군 이래 최대 정비사업으로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의 재건축 조합원 6,000여명은 요즘 애타는 심정으로 국회를 지켜보고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는 4월 전에 분양 일정을 마무리하려고 속도를 내던 중 전국의 주택청약 업무가 상당기간 중단될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났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개별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당초 기대했던 수익에 비해 수천 만원의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택 청약시스템을 금융결제원에서 한국감정원으로 이관하는 작업이 2월1일 완료될 예정이다. 금융결제원이 운영해온 주택 청약서비스 아파트투유의 업무가 1월말로 중단된다는 얘기다. 2월 이후에 주택 청약을 신청하려면 아파트투유가 아닌 감정원의 새로운 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
문제는 시스템 이관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인데도 법적인 근거가 되는 주택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처리를 목표로 했지만, 선거법 등을 둘러싼 국회의 대치 국면이 이어지면서 해를 넘겼다.
이달까지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되지 못하면 당장 주택청약 업무가 마비되는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 국회의원 선거가 4월로 다가온 만큼 최악의 경우에는 개정안이 20대 국회의 임기만료 폐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장 큰 직격탄을 맞는 것은 재건축 조합원들이다. 조합원들 입장에선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는 4월29일 이후에는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기 때문이다. 재건축은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일반 분양권을 판 돈으로 사업비를 충당하는데, 일반 분양가가 떨어지면 그만큼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나게 된다.
둔촌주공 재건축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둔촌주공 조합원들은 빠르면 이달 중순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분양가 협상에 돌입해 4월 중에 입주자모집공고를 내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지난달 관리처분변경인가 총회를 열고 조합원 분양가를 3.3㎡당 2,725만원으로 의결했다. 일반 분양가는 3.3㎡당 3,550만원에 책정했다.
하지만 4월 안에 청약을 하지 못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으면 분담금이 수천 만원까지 늘 수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조합원 분양가가 일반 분양가보다 비싸지는 역전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반 청약 수요자에게도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올해 상반기에는 4월 총선이 있어 건설사들이 이 시기를 피해 청약 일정을 조정하다 보면 특정 시기에 분양 일정이 몰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당첨자 발표일이 같은 주택에는 중복청약이 불가능하다 보니 청약 대기자 입장에선 불리해지는 셈”이라고 밝혔다.
둔촌주공 인근의 부동산중개사무업자들은 “개정안 처리가 늦어지면 결국 금융결제원이 나서지 않겠냐”는 반응이 아직은 우세하다. 하지만 일정 기간이라도 청약이 중단되는 사태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도 법령 공포까지는 최대 보름이 소요된다.
한국감정원은 이미 분양시스템을 구축하고 가상 정보로 시험 가동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 데이터를 활용한 준비기간에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결제원은 예정대로 31일 주택청약 업무를 종료할 방침이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1월 말까지 개정안이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국토부에서 대안을 제시해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주택법 개정안 통과 시기가 늦어지면 분양 시기도 뒤엉킬 수밖에 없다. 둔촌주공만도 총 1만2,032세대에 달하고, 3월에는 1,772세대의 흑석3구역과 899세대의 힐스테이트 세운 분양이 예정돼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결제원, 한국감정원과 대책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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