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일 신년사에서 경제 못지 않게 방점을 찍은 것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 개선이었다. 북미 대화가 위기에 빠진 현 상황을 “인고의 시간”이자 “남북 관계의 후퇴까지 염려”되는 국면으로 평가한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 촉진만 위해서가 아니라 “남북 협력을 더욱 증진시켜 나갈 현실적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고 말했다.
현 정부 들어 남북은 세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 개선의 기반을 다졌지만 지난해 하노이 노딜 이후 퇴보한 것이 사실이다. 신년사 내용대로 “북미 대화가 성공하면 남북 협력의 문이 더 빠르게 더 활짝 열릴 것”이라는 기대 아래 남북 개선보다 북미 대화를 우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논리로 북미 대화가 실패하면 남북 협력이 차단될 수 있다는 것은 예상 가능한 일이었고, 안타깝게도 현실은 후자로 나타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의 힘으로 정면 돌파”를 선언하며 사실상 미국의 태도 변화 없이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대선을 앞둔데다 이란 대응에 급급한 미국도 점점 협상 동력이 떨어지고 있어 북미 대화도 남북 관계도 이대로 얼어붙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이 남북을 “생명공동체”라 부르며 접경 지역 협력과 스포츠 교류를 비롯한 다양한 교류협력 사업의 재개를 요청한 것도 그런 위기감의 반영이다.
문제는 북한이다. 지난해 줄곧 문재인 정부를 “외세 의존”이라고 비난하던 북한은 새해에도 한반도 평화구상에 대해 “궤변” “과대망상”이라는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전원회의 결정서에서는 남북 문제를 언급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는 고사하고 “국가경제의 발전동력 회복”을 위해서라도 남측과 협력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은 북한 자신이 더 잘 알 것이다.
북한의 문재인 정부 비난은 미국 눈치 보느라 남북 정상 간 약속도 지키지 못한다는 실망감이 배경에 깔려 있다.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교류협력의 뼈대는 2018년 9월 남북 정상의 평양공동선언에 담긴 내용들이다. 문재인 정부가 자꾸 청사진만 뒤적일 게 아니라 남북 자력으로라도 이 계획을 성사시키겠다는 믿음을 북한에 주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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