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복지시민연합 “긴급복지 지원대상, 현행법으로 지원 가능했다”
지난해 12월23일 대구 북구에서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은 찾아가는 복지에 실패한 사회복지전달체계가 낳은 비극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7일 “성탄절 2일 전 생활고를 비관해 세상을 등진 일가족 4명은 긴급복지지원대상이었는데도 현행법에서 지원할 수 없었다는 정부와 대구시, 북구는 거짓말을 하지 마라”고 주장했다. 또 “정부와 지역사회가 협력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정의 고립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연합에 따르면 북구 일가족은 생계 곤란 위기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지원하는 긴급복지지원법의 대상이었으나 정부와 지자체가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았다.
2000년 3월 시행된 긴급복지 지원제도는 갑작스런 위기 사유 발생으로 생계유지 등이 곤란한 가정에 긴급지원금과 생필품을 6회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다. 기초생활수급 법과는 달리 재산과 부채가 합산되기 때문에 긴급을 필요로 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자들은 누구나 지원받을 수 있으며 일가족도 해당된다.
일가족은 부채가 있는데도 차량을 재산으로 잡아 소득으로 인정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 수급자는 될 수 없었다. 지난해 3월 소득재산조사에서 차량 3대(시가 1,300만원 상당)가 있었고 부인의 수입으로 1,500만원 정도의 소득이 있어 지원 범위를 벗어났다.
하지만 일가족의 실제 생활은 궁핍했다. 40대 남편은 10여년전 사업실패로 수입이 없었고 월 200만원을 버는 아내도 숨지기 2개월 전 실직했다. 채무도 1억5,000만원이나 됐다. 그런데도 지난해 재산조사 후 2016년부터 이어지던 자녀의 방과후 수업료 지원마저 끊겼다.
복지연합은 이에대해 일가족의 생계가 곤란했고, 아내도 실직했으며 긴급복지 대상자의 소득 및 재산 기준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복지연합은 북구 일가족의 극단적 선택은 ‘찾아가는 복지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복지연합은 “빈곤층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관련법을 개정했지만 현장에서는 작동하지 않고 있어 정부와 지자체, 지역사회는 지원요청이 없었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복지연합은 일가족 사망 3일 후인 12월26일 ‘빈곤의 굴레와 사회적 고립의 멍에를 쓰고 죽음을 선택한 이들의 메시지에 응답하라’고 했으나 대구시와 북구는 침묵했다.
북구는 뒤늦게 “소득 기준을 넘어섰기 때문에 지원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고 해명한데 그쳤다. 북구는 2013년 차상위계층 신청을 받았을 때나 지난해 3월 재산, 소득조사까지 진행해 방과 후 수업료 지원을 끊었을 때도 긴급복지지원법에 대해 일가족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일가족에게 절실했던 긴급복지지원을 하지 않은 북구는 반성해야 한다”며 “정부와 대구시, 북구는 사과하고, 혼선을 야기한 관련자들을 문책하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복지연합에 따르면 2014년 2월 송파 세 모녀 사망 사건 이후 빈곤층의 사각지대 발굴을 위해 법이 제ㆍ개정됐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고, 사건 발생 때마다 지원요청이나 신고가 없었다고 주장해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은 사무처장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선정하거나 재산조사를 할 경우 해당 공무원이 ‘긴급복지정책’을 고지하도록 의무화하면 극단적인 상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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