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긴장이 연일 고조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에 대한 미국 입국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자리프 장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미국에 비판적인 연설을 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6일(현지시간) 세 명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 이같이 전했다. 자리프 장관은 몇 주 전에 유엔 안보리 참석을 위한 미국 입국 비자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당초 자리프 장관은 오는 9일 유엔 안보리에서 유엔헌장 준수의 중요성에 대해 발언할 예정이었다. 자리프 장관은 최근 미군의 공습으로 이란의 군부 실세였던 거셈 솔레이마니가 폭사한 이후 처음으로 이 자리에서 자국의 입장을 전 세계에 밝힐 것으로 예상됐다.
이란 정부는 이날까지 미국의 비자 발급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리프 장관 입국을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FP는 전했다.
FP는 미국 행정부의 이번 비자 거부가 유엔 업무로 미국을 방문하는 외국 외교 관리의 입국을 허용하도록 한 1947년 유엔본부 협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엔본부 협정은 미국 연방정부, 주정부 등이 유엔 구성원 및 언론 등의 이동을 막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한편 자리프 장관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테헤란에 모인 ‘솔레이마니’ 추모 인파 사진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당신은 생에서 이 같은 인간애의 바다를 본 적이 있는가”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당신은 아직도 우리 지역에 대해 조언하는 광대들의 목소리를 듣기를 원하는가. 당신은 아직도 이 위대한 나라와 국민의 의지를 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서아시아에서 미국의 악의적인 주둔을 끝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자리프 장관은 앞서 4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문화유적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고 경고하자, 이에 반발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솔레이마니 장군을 죽여 국제법을 심대하게 위반하더니, 이제는 문화유적을 표적으로 삼으려고 한다. 이는 전쟁범죄다”라고 비판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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