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경제에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지난해처럼 올해도 ‘경제’(17회)가 ‘평화’와 함께 가장 많이 등장했다. ‘공정’(14회)이 두번째, ‘혁신’(12회) ‘변화’(10회) ‘일자리’(8회)가 뒤를 이었다. 경제 성과 창출을 국정 운영의 중심에 두겠다는 의미다.
신년사에서 드러난 문 대통령의 경제에 대한 인식은 무역 갈등, 잠재성장률 하락 등 악재 속에서도 우리 경제가 성장세를 유지하고, 사상 최고 고용률을 기록하는 등 선전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를 바탕으로 올해 경제 활력 회복으로 ‘확실한 변화’를 체감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고 한 대목은 2005년 2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부동산 문제는 투기와 전쟁을 해서라도 반드시 안정시키겠다”고 한 이후 대통령이 내놓은 가장 강력한 언급이라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경제 정책 방향의 타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신년사에 여러 구체적 수치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 중에는 통계를 자의적으로 선택해 현실의 일면만 강조한 것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일례로 문 대통령은 ‘중위 임금의 3분의 2 미만’을 받는 저임금 계층 비중이 줄었다고 했다. 하지만 저임금 계층 비중을 시간당이 아닌 월 단위 임금으로 분석하면 오히려 전년보다 더 늘어났다. 이는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고 고용주들이 초단기 노동자를 주로 고용하는 ‘노동시간 쪼개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뚜렷한 회복세”라는 대통령 인식에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지난해 수출액의 두 자릿수 감소율에도 불구, 수입액이 더 많이 줄어 겨우 유지된 불황형 무역 흑자를 ‘11년 연속 무역 흑자 기록’으로 내세운 대목도 전형적인 견강부회식 해석이다.
임기 후반기에는 더 이상 자기 주장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데만 매달려선 안 된다. 반대 세력이 집중 비판하는 부분을 검토해 잘못이 있으면 인정하고 궤도를 과감히 수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야 대통령 약속대로 ‘나아진 경제로 확실한 변화를 체감’하는 국민이 더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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